[박지웅 목사의 시편] 칼을 잡아야 비가 온다
입력 2013-11-03 18:38 수정 2013-11-03 22:53
감동과 변화 사이에는 자동적인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말인가? 감동을 받았다고 해서 변화의 역사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배시간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흐르는 감동을 받았다고 그야말로 ‘자동적으로’ 내 삶에 변화의 역사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 삶의 현장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는 큰 바위처럼 내 앞에 그대로 버티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갈멜산에서 엘리야를 통해 보여주는 그림과 같다. 갈멜산에서 불의 감동이 일어났지만 그 불의 감동이 자동적으로 은혜의 비를 불러온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린 것은 비였다. 불도 불이지만 목이 타고 삶이 말라 들어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은혜의 비였다. 그런데 그 비는 언제 쏟아졌는가. 불의 감동이 일어난 직후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불의 감동에 이끌려서 옛 생활과 단절하기 위해 바알 선지자들을 죽이는 결단, 바로 그 ‘과격한 결단의 칼’을 집어 든 직후다. 결국 칼을 잡아야 비가 온다. 많은 사람들이 불의 감동을 받으면 비는 자동적으로 온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속았다. 부끄러운 과거를 향해 단절의 칼을 들지 않으면 비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엘리야는 불이 떨어진 직후 칼을 잡는 결단을 하라고 소리쳤다. 이것이 비를 불러오기에.
20세기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을 장악했던 유명한 갱단의 보스가 있다. 미키 코헨이라는 사람이다. 도박장, 경마장, 연예계 할 것 없이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여곡절의 한 사건에 연루돼 그가 5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후 미키 코헨은 우연히 기독교 복음을 접하게 된다. 과거에 그의 밑에 있다가 복음으로 회심했던 부하 짐 바우스의 도움으로 미키 코헨은 빌리 그레이엄 집회에 참가하게 되고, 결국 복음을 영접하게 된다. 미키 코헨은 정말 변했을까? 안타깝게도 그는 “다시는 범죄조직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친구를 향해 이런 말을 하고 떠났다고 한다. “그리스도인 영화배우도 있고, 그리스도인 운동선수도 있고, 그리스도인 사업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 갱단이면 어떻습니까? 내가 이걸 포기해야 한다면, 만약 기독교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면, 나를 기독교에서 빼주십시오.”
기독교란 불의 감동을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기독교가 그런 것이라면 나를 기독교에서 빼주시오”라고 말하는 그에게 말하고 싶다. “기독교란 그런 것입니다. 불의 감동을 받았지만, 칼을 잡지 않는 기독교, 그건 기독교가 아닙니다.” 칼을 잡지 않는 사람에게 은혜의 비는 결단코 쏟아질 수 없다. 미키 코헨의 부하 짐 바우스를 보라. 그는 얼마나 그의 보스와 대조적인가? 짐 바우스는 그의 보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보스, 미안하지만 나는 새로운 보스(예수님)를 위해서 일합니다. 그분은 범죄로 취한 재물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러나 새로운 보스는 나를 먹이실 것입니다.” 이것이 기독교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