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범 오스왈드 부인, 은둔 25년 만에 얼굴 드러냈다

입력 2013-11-03 18:34 수정 2013-11-03 23:24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범으로 알려진 리 하비 오스왈드의 부인이 은둔생활 25년 만에 언론에 포착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현재 미 텍사스주 록웰에 사는 마리나 오스왈드 포터(72)의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3일 공개했다. 그는 25년 전 한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철저히 숨어 살아왔으나, 이날 집 근처 월마트에서 나오는 장면이 데일리메일 카메라에 잡혔다. 현재 남편인 케네스 포터(75)도 함께 찍혔다.

마리나는 전 남편 오스왈드가 사망하고 약 2년 뒤 포터와 재혼했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록웰에 거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대통령 비밀경호국(SS)으로부터 전화를 도청당하고 있고, 심지어 암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마리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300만 달러(약 32억원)에 소재로 팔라는 한 미국 방송사의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다. 지난 7월에는 마리나가 오스왈드의 결혼반지를 경매에 내놔 화제가 됐다. 오스왈드가 범행 직전 한 친지의 화장대에 놔두고 간 반지를 오스왈드의 변호사가 수십 년 간직하다 최근 마리나에게 전달했고 즉시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마리나는 “63년 11월 22일과 관련된 어떤 물건도 소유하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얼마만큼 과거와 선 긋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지는 10만8000달러(약 1억1500만원)에 팔렸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와 가까운 친구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케야 모건은 “케네디 암살 50주기는 그녀에게 과거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결핍 장애가 발병하는 등 건강까지 나빠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태생인 마리나는 19세의 약대생이던 61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오스왈드를 만나 결혼해 미국 댈러스에 정착했다. 마리나는 케네디 암살 직후 남편이 범인이라고 봤지만, 이후 책과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음모론을 접하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모건은 “마리나는 오스왈드가 중앙정보국(CIA)과 마피아를 대신해 누명을 뒤집어썼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오스왈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준과 레이첼, 포터와의 아들인 마크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