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엔 은행 점포” 옛말… 요즘은 “2층이 더 좋아”
입력 2013-11-03 18:36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인터넷뱅킹 증가, 부동산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은행가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건물 2층에 입점하는 은행 점포가 늘고 있다는 점.
과거에 은행은 1층에 위치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예전처럼 고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비싼 임대료를 내며 1층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역 등 도심 번화가에선 몇 년 전부터 건물주가 은행에 1층 임대를 내주지 않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1층에 은행이 입점해 있으면 건물 전체에 활기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도심지가 가장 붐빌 주말엔 문을 닫고 평일에도 오후 4시면 셔터를 내리고 간판 불을 꺼버려 은행은 건물주에게 기피 대상이 됐다. 대신 밤새 환하게 불을 켜고 영업하는 편의점, 카페 등의 1층 입점을 선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일 “은행 입점을 좋아하는 건 옛말이다. 강남과 같은 곳에선 1층엔 ATM(자동현금입출금기)만 두고 영업점은 2층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구도심이나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의 사정은 정반대다. 이들 지역 건물주들은 최근 들어 수익성 악화에 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자 은행 폐점을 막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쓰고 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 인하는 물론 주차장을 증설해주고 은행 전용화장실을 만들어주겠다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 은행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은행은 규모도 크고 한 번 입점하면 잘 옮기지 않기 때문에 건물주가 선호하는 세입자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은행이 쓰던 큰 공간에 들어올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목돈(보증금)’을 줄 여유가 없는 건물주들이 은행이 나가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 매매가 잘 안 되는 일부 지역에선 종종 건물주들이 나가지 말라고 사정하다 안 되면 ‘돈이 없어 못 준다. 나가려면 나가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이 꼭 임대료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며 “지점에서 수익이 안 나면 아무리 임대 조건이 좋아도 옮기거나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통폐합한 지점과 출장소는 63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적자점포 축소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이 지점을 없애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 수요에 따라 종로와 같은 구도심의 적자 점포들은 줄이고 앞으로 대출 수요가 예상되는 서울 강서의 마곡지구와 같은 신도심에는 새로운 점포들이 생기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은 인터넷뱅킹 등이 늘어 점포를 통폐합하는 추세다.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적자 점포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나 지방 지점 활성화 등의 이유가 아니면 요즘엔 지점을 신설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