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스파이 금지 협정’ 추진… 양국 첩보당국 수장 회동
입력 2013-11-03 18:33
미국 정보기관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휴대전화 도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일과 미국 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양국이 서로 감시하지 않겠다는 양자협정을 맺을 예정이라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독일의 대표적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3일(현지시간) 발행하는 일요판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독일 대표단이 지난주 백악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협약은 내년 초 체결될 전망이다.
4일에는 독일의 첩보당국 수장이 미 정보 당국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FAZ의 보도에 대해 독일 정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3일자에서 독일과 미국이 산업스파이 행위를 중단하는 내용의 협약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은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이 자신들의 데이터센터에까지 침투해 고객정보를 해킹해 왔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격분했다. 고객의 신뢰를 무너뜨려 영업 기반까지 무너질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브라질 의회는 해외 인터넷 기업이 브라질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브라질 국내에 저장하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 의회는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미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정보 제공 요청을 받더라도 이를 유럽연합(EU)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추진 중이다.
WP의 보도 직후 NSA에 대한 강력한 비난 성명을 발표한 구글은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 이메일과 검색 등 자사가 제공하는 모든 데이터에 대한 암호화작업을 서두르기로 결정했다. 미 정부를 믿을 수 없는 만큼 자체적으로 ‘울타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트위터도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암호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개 인터넷 기업과 애플과 마이크로소트(MS), AOL 등은 정보당국의 과도한 스파이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의회 로비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2일 ‘개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본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미 정부의 도·감청 관행이 합리적인 메커니즘에 따라 이뤄지고 사후에 적절한 감독이 가능하도록 개혁돼야 한다고 믿는다’는 내용의 서한을 상원 사법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소속 패트릭 리히(버몬트주) 의원에게 발송했다. 한편 NSA의 대규모 감시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러시아에서 비밀리에 만난 한스-크리스티안 슈트뢰벨레 독일 녹색당 의원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자신에게 반역 및 스파이 혐의를 적용한 미 정부에 사면을 요구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