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납치 수입’ 4244억원… 밀수 눈돌려
입력 2013-11-03 18:33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해적들이 지난 7년여간 선박을 납치한 뒤 ‘인질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이 4억 달러(약 42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으로 ‘강도짓’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워지자 밀수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인터폴, 세계은행그룹(WBG)이 1일(현지시간) 공동 발표한 ‘해적의 흔적’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해적들이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년8개월 동안 선박 납치로 올린 수익은 최대 4억1300만 달러(약 438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의 30∼50% 정도는 해적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해적사업가’들에게 넘어갔고, 일부는 해적들이 활동하는 지역사회로 흘러갔다. 선박을 직접 납치한 하급 해적 조직원들의 손에 쥐어진 돈은 평균 인질 몸값의 0.01∼0.025% 수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해적사업가 59명의 활동 내역을 분석한 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인신매매, 무기 밀매나 합법적인 사업 등에 재투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가 해적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이들의 납치 활동이 어려워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렵연합(EU) 등은 현재 아덴만 등 소말리아 해역에 해군함정을 파견해 해적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호주얼리호도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해군 청해부대가 작전을 펼쳐 구출한 바 있다. 각국 정부는 체포한 해적들에 대한 사법 처리도 강화하는 추세다. 스페인 법원은 지난달 30일 해적행위와 무기소지 혐의로 소말리아 해적 6명에 대해 8년에서 1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해적 활동이 위축돼 선박 피랍 건수도 급감했다. 2005년 8척에서 2011년 41척까지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척으로 크게 줄었다. 척당 평균 인질 몸값도 2005년 39만 달러 이후 계속 큰 폭의 오름세를 보여 2011년 504만 달러까지 증가했지만 지난해 404만 달러로 떨어졌다.
닥치는 대로 배를 납치해 선원들을 인질로 돈을 강탈해 온 해적들은 밥줄이 끊길 처지에 놓이자 오래전에 해왔던 밀수 사업으로 활동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무기 수입과 숯 교역 등을 통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의 테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현지 외교관들은 지난여름 해적사업가들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숯 밀수조직과 통화한 기록 등이 담긴 보고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유엔은 소말리아의 숯 무역이 2000년대 후반 연간 3000만 달러 수준에서 현재는 3억4000만∼3억8000만 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생산되는 숯이 테러조직으로 연결된다는 이유로 숯 교역을 금지한 바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소말리아 정부는 숯 교역이 테러행위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죄 조직 책임자들을 체포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스튜어트 이코나 WBG 재정분야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해군력을 동원해 해적 소탕에 나선 것처럼 해적들의 불법 수익의 흐름을 끊는 데도 다국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