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층간소음 분쟁의 계절
입력 2013-11-03 18:22
지난 2월 9일 서울 면목동 아파트에서 김모(45)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 이웃과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30대 형제 2명을 살해했다. 이튿날에는 서울 목동 다가구주택에서 박모(49)씨가 역시 층간소음 때문에 윗집에 석유가 든 유리병을 던지고 불을 붙여 일가족 6명이 부상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층간소음 갈등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철에는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데다 난방을 위해 창문을 닫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 층간소음에 더욱 예민해진다. 이웃 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때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최근 1년 동안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의 37%가 겨울철에 집중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접수된 민원 1만3427건 중 5023건이 동절기인 11∼2월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발걸음 소리’가 가장 많았다. 민원을 접수받아 현장진단·측정서비스에 나선 가구 중 73%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원인이었다. 망치질 소리 같은 ‘쿵’ 하는 소리 때문인 경우는 4.6%, 가구 끄는 소리는 2.3%로 집계됐다.
문제는 무의식적인 층간소음이 고의적 소음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 이웃 간 분쟁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객관적으로 심하지 않은 소음이라도 감정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는 당사자들 간의 조정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외부 기관의 중재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연립주택에서 위층 아이들의 뛰는 소리 때문에 층간소음 분쟁 해결을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쪽지로 위층에 자제를 요청해 “조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여전히 소음이 계속돼서 감정이 좋지 않았고, 위층 주민도 쪽지 내용에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이웃사이센터는 현장진단을 통해 위층 주민에게 아래층 민원인의 피해를 이해시키고 밤 11시 이후엔 아이들을 재우고 장난감은 매트 위에서만 갖고 놀도록 교육을 부탁하면서 분쟁을 해결했다. 소음 피해에 대한 객관적 수치를 제시한 뒤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기만 하면 해결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층간소음은 현대적 생활양식에 의한 새로운 환경공해”라며 “이웃 간 원만한 해결이 어려울 경우엔 공단의 이웃사이센터(1661-2642)로 도움을 요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