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퇴폐업소 때문에 종로 경찰 “아이구 머리야…”

입력 2013-11-03 18:16


단속해도 단속해도… 버젓이 영업 재개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낙원동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의 한 상가 건물. 종로경찰서 김모(47) 경사 등 경찰관 2명이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몸을 숨겼다. 4층 점포 입구에는 ‘○○공인중개사’ 간판이 걸려 있지만 이곳은 ‘립카페’라 불리는 변종 성매매 업소다(사진). 3만9000원씩 받고 15분간 유사 성행위를 해준다. 립카페는 지난해 초 서울 강남에 처음 등장한 뒤 우후죽순 확산되고 있다. 경찰들이 몸을 숨긴 건 이 업소가 단속에 대비해 4층 입구에 설치한 CCTV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30분쯤 지나자 업주(34)가 외출을 위해 문을 열고 나왔다. 순간 두 경찰관이 업소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내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하필 손님이 없었다. 하다못해 카운터 컴퓨터에 아동음란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살펴봤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경찰은 업소 입구에 불법 CCTV 4대를 설치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업주를 불구속 입건하고 안전행정부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 안행부는 조만간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 업소는 종로서의 ‘골칫거리’다. 지난해 중순 개업 후 세 차례나 단속해 업주를 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지만 번번이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세 차례 모두 업주에게 내려진 처벌은 벌금 150만∼200만원뿐이었다. 반면 평일 오후에도 2시간씩 예약이 밀릴 정도로 ‘호황’이다보니 벌금을 감수하고 영업을 재개하는 것이다.

단속을 피하는 방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성매매 알선 사이트와 연계해 업소를 홍보한다. 발신자번호 표시 서비스를 이용해 미심쩍은 손님의 예약 신청은 받지 않는다. CCTV로 입구를 감시하다 단속반이 나타나면 문을 잠그고 증거를 인멸한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 해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못 찾으면 도리어 경찰이 재물손괴죄를 뒤집어쓰게 돼 섣불리 행동할 수도 없다. 답답해진 경찰은 건물주에게 요청해 퇴거 조치를 내렸지만 업소는 막무가내로 영업하고 있다. 단속권만 갖고 있는 경찰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업소를 폐쇄하기도 어렵다. 유흥업소 인허가는 관할 구청이 담당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유사 성행위 업소는 보통 세무서에 자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다”며 “식품위생법 규제를 받는 일반음식점이 아닌 이상 인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무서 측도 업주가 신청하는 대로 등록을 받을 뿐 별도의 단속이나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활개치고 있는 셈이다.

글·사진=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