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사회 저변 흐르는 경건성이 변화 동력

입력 2013-11-03 18:07


독일 다름슈타트의 여성 개신교 공동체인 마리아자매회에서는 매일 정오에 전 세계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오후 3시에는 고난 예배를 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오늘의 삶에서 짊어지려 하고 있다. 20여개국에서 온 200여명의 여성 수도사들이 모여 있는 작은 공동체지만 무소유의 삶과 경건한 영성에 기초한 잔잔한 영향력은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 미친다.

독일 북부 헤른후트에는 18세기 초반에 경건운동과 함께 열정적인 선교 사역을 펼친 모라비안 공동체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백작으로서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하나님과의 만남 이후 자기 삶을 믿음 실천에 던진 친첸도르프의 유산들이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들에게 ‘영원한 가치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최근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저명한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는 독일을 기독교 국가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독일의 문화 깊은 곳에는 아직도 경건한 영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성의 흐름이 여전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미 세속화가 거세게 진행되고 있는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독일의 큰 차이라고 봅니다.” 몰트만 박사는 “독일을 외면적으로만 바라본다면 안에 있는 소중한 가치를 놓칠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독일에 흐르는 경건한 영성을 깊이 연구할 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독일 내에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일어났던 경건주의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건주의는 교회의 신앙과 신학만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 깊은 영향을 줬다. 이 분야 전문가인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경건주의는 미완성의 종교개혁을 완성하려 했던 ‘제2의 종교개혁운동’으로 기독교의 본질을 삶의 실천적 변화라고 보았다”면서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체와 연관된 갱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라고 언급했다.

목회사회학자로 독일에서 공부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 한국 교회와 사회에 가장 결여된 가치 가운데 하나가 경건성”이라면서 “모든 것이 경박해지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경건한 영성을 기초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름슈타트·헤른후트=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