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기무사령관 경질 여파… 인사 등 軍 개혁 목소리
입력 2013-11-04 04:08
지난달 25일 단행된 장성 인사에서 장경욱 국군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불거진 군내 잡음이 국방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장 전 사령관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전횡 문제를 상관인 김 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것 때문에 경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의 위계질서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부적절한 인사로 원인 제공을 한 김 장관 역시 인사 질서를 흐트려 놓았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기무사의 역할 재정립과 군 인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무사 개혁은 김 장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김 장관이 기무사에 대해 “동향보고와 음성적 관행을 철폐하고 기무사 본연의 임무를 재정립하라”며 고강도 개혁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장 전 사령관이 임명될 때 지시한 뒤 두 번째다. 기무사의 임무는 군사 보안 및 방위산업 보안, 방첩 수사, 간첩 색출 및 대테러 탐지다.
하지만 군내에서는 기무사가 본연의 임무보다는 내부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정당한 보고 라인이 아닌 윗선에 직접 보고해 군내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히 크다. 각급 부대에 파견된 기무요원들의 동향보고서는 진급 등에 부정적으로 활용돼 기무사의 눈치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무사령관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하던 관행도 이런 부정적 영향 때문에 노무현정부 들어 폐지됐다.
하지만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각급 부대 지휘관들의 전횡이나 오류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순기능도 한다. 군의 속성상 각급 부대 지휘관은 전권을 행사하고 있고 지휘관이 전횡을 일삼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각급 부대에 파견된 기무요원들의 보고는 지휘관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는 ‘견제’ 역할도 한다. 장 전 사령관이 전임 수방사령관의 잦은 저녁 외출에 대해 경고한 것은 이 같은 사례에 속한다.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한 인사는 “기무사는 잘 활용하면 훌륭한 칼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애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독검이 될 수 있다”며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정당한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잡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공정한 군 인사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군 인사는 군 조직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 엄정하고 바른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인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993년 군내 주요 보직을 꿰찼던 ‘하나회’가 해체된 뒤에도 군에서는 ‘알자회’ ‘만나회’ 등 사조직들의 인사 전횡이 이어져 왔고 최근에는 사조직 차원은 아니어도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나 특정 학맥을 중심으로 ‘자기사람’ 심기가 관행처럼 이뤄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 장관 라인’ 이니 ‘○○○ 장군파’니 하는 편가르기가 끊이지 않았다.
장관이나 주요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인사 대상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 등 외부 기관의 인사 개입도 적지 않았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육군참모총장 시절인 2004년 당시 인사 문제로 노무현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군 인사가 ‘고무줄 잣대’로 파행적으로 이뤄지자 인사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아 인사철이면 끊임없는 투서로 국방부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김 장관의 경우 높은 업무평가에도 인사만큼은 전횡을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군 원로는 “정당한 기준에 따라 진급될 사람이 진급돼야 군인들이 희망을 갖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인사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