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정부 복지예산 ‘錢爭’… 무상보육 이어 기초연금까지 힘겨루기 2R 예고

입력 2013-11-03 17:47 수정 2013-11-03 22:49


영유아보육 지원비율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힘겨루기가 재연될 태세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기초연금 재원을 놓고 서울시가 ‘선공’을 했다. “현재 재정상태로는 10% 이하만 책임질 수 있다”는 의견서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최근 보낸 것이다.

복지부는 “더 달라”는 지방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국고보조율이 영유아보육 사업보다 훨씬 높은데다 장기적으로 국가 부담은 더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초연금법에 대한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릐기초연금 국고 분담률 높여야=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제도와 관련, 국고 분담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65세 이상 노인 70%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현행 기초노령연금(9만6800원)에 비해 기초연금은 지급액이 10만~20만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돼 지자체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국고 비율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지방의 재정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한 기초연금 전체 소요예산은 내년 7조원에서 2015년에는 10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기초연금제가 하반기에 시행되기 때문에 내년 전국 지자체의 추가부담은 4000억원 정도지만 전면 시행되는 2015년에는 1조원으로 급증한다.

특히 지방비 분담률이 높은 서울시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기초노령연금 분담률은 현재 전국 기준으로 국비 74.5%, 지방비 25.5%지만 서울은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국비 69.1%, 지방비 30.9%(서울시 16%, 자치구 14.9%)가 적용된다.

서울시(자치구 포함)의 경우 올해 기초노령연금 예산은 5990억원이지만 2014년(상반기 기초노령연금·하반기 기초연금) 예산은 1조229억원, 기초연금이 전면 시행되는 2015년에는 1조5047억원으로 늘어난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부담액은 올해 1852억원에서 내년에는 3162억원, 2015년에는 4650억원으로 급증한다.

서울시는 경기 침체로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바람에 하반기에 3155억원 감액 추경했고, 무상보육 시행을 위해 2000억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키로 한 상황이라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초연금제도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정부의 사업”이라며 “필요한 재원을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릐당황스러운 복지부=보건복지부는 “10% 이상은 못 내겠다”는 서울시 통보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은 “영유아보육사업 때는 관련 부처들이 총리실에 모여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번 서울시 경우처럼 일방적으로 ‘우리는 얼마만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통보한 전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의 국고보조율이 이미 충분히 높다고 판단한다. 법률상으로는 정부가 비용의 40~90%를 대도록 구간만 정해놓았지만 시행령에는 노인인구비율 및 재정자립도에 따라 국고 보조율 계산식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이를 토대로 실제 지자체가 받는 보조율 비율은 74.5%쯤 된다. 영유아보육사업(50% 안팎)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수치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질수록 정부보조를 더 많이 받도록 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유주헌 기초노령연금과장은 “급격한 노령화로 국고보조율이 계속 높아진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법 자체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재원 공방은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정부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비 부담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난감해했다.

릐되풀이되는 재정 갈등=기초연금을 둘러싼 정부·지자체 간 예산 분담 갈등은 2라운드에 해당한다. 올해 무상보육 대상이 만 5세미만 영·유아로 전면 확대되면서 한 차례 갈등이 폭발했다.

취득세 감면까지 이어지면서 지자체가 반발하자 정부는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2015년 11%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영유아보육료 국고기준보조율을 10% 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대책들을 제시했지만 지자체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