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하늘 둥지
입력 2013-11-03 17:50
어느 날, 새가 앞뜰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있었다. 새는 부지런히 나뭇가지와 잎을 물어와 정교하게 집을 지었다. 새는 그 집에 알을 낳고 둥지를 틀었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걱정이 생겼다. 그 둥지가 너무 낮아서 고양이나 쥐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미 둥지를 틀어버린 새를 향해 속히 높은 곳으로 둥지를 옮기라고 충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튼실하게 잘 지은 둥지를 헐어버릴 수도 없었다. 마음속에 항상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새의 둥지가 너무 낮은데….”
몇 달이 지났다. 둥지에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났다. 부화한 새끼들은 어미가 물어오는 벌레들을 잘도 받아먹었다. 어미새가 먹이를 가져오면 새끼들은 주둥이를 크게 벌리며 서로 먹이를 달라고 보챘다. 그 모습이 한편의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새끼들의 부화와 함께 불길한 생각도 더욱 깊어졌다.
“둥지가 너무 낮은데…. 새끼들이 위험한데….”
어느 날,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새끼들이 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모두 물려간 것이다. 먹이를 물고 둥지에 돌아온 어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새끼들을 부르며 슬피 울었다. 낮은 둥지 주위를 날아다니며 새끼들을 찾았다. 이 비극의 원인은 한 가지였다. 둥지가 너무 낮았던 것이다. 일본의 아동문학가 노베치는 이 장면을 소재로 ‘너의 둥지는 너무 낮았다’라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우리의 둥지는 어떤가. 땅에서의 욕심, 세속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낮은 둥지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매우 위험한 둥지다. 순식간에 사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높은 둥지인 하늘에 소망을 두는 것이 승리의 삶이다.
오범열 목사(안양 성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