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예배가 종교다원주의 수용 증거? 오해와 진실은… WCC 반대측 주장에 대한 교계 전문가들의 해명
입력 2013-11-03 17:38 수정 2013-11-03 22:50
‘[충격]WCC-십자가와 사당, 찬양 초혼제, 동성애로 범벅되다.’
군소교단을 중심으로 결성된 ‘WCC반대기독교총연합’은 지난 2일 이메일로 이런 제목의 글과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내용은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의 지난달 30일 개회예배에서 신당·토템의식·초혼제와 같은 요소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①입례에 등장한 제단과 그림=반대측은 개회예배 시작 부분에 설교자·기도자와 함께 십자가·성경·성찬물과 예수가 그려진 성화(이콘)가 단상에 올려진 것을 두고 “사당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제사상처럼 차려진 제단 위에 올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예배 시작을 알린 징이 용 모양으로 장식돼 있었다며 “기독교를 가장한 사탄의 모임이라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영남신학대 박성원 교수는 “고대 기독교회는 항상 예배를 시작할 때 십자가와 성경 등을 가지고 들어오는 순서가 있었다”며 “WCC회원 교회인 정교회는 지금도 예배 때마다 예수님이 그려진 그림(이콘)을 들고 입장하는데, 그와 같은 예배 형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과 장구, 거문고 등 다양한 국악기가 예배에 쓰인 것은 개최국인 한국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②왜 재를 뿌렸나= 반대측은 “예배 중 한편에서 재를 뿌리는 무속적인 퍼포먼스를 했다”고 지적했다.
WCC는 재를 뒤집어쓰는 것은 지구 곳곳에서 저질러진 인간의 죄악과 회개를 표현한 것으로 성경의 여러 곳에 등장한다고 설명했다(삼하 13:19, 단 9:13 등). 박 교수는 “재를 뿌리는 것은 무속적인게 아니라 오히려 무속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반(反)무속”이라고 반박했다.
③초혼제 했었나=반대 측은 또 흰 한복을 입은 남녀가 춤을 추는 사진을 올려놓고 “초혼제가 함께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준비위원회(KHC) 김종생 협동사무총장은 “개막식 중 한국의 역사를 보여준 것으로 우리 역사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라며 “오히려 복음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내용인데 한 장면만 따서 샤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일축했다.
④동성애·부적·타종교 장려 의혹=WCC총회 기간 중 다양한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장인 ‘마당’에는 동성애 옹호 단체와 타종교 대화를 추진하는 조직들도 참여하고 있다. 또 전세계의 다양한 십자가를 전시한 곳도 있다. 반대측은 이런 단체의 사진을 제시하며 “WCC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부적을 장려한다”“종교혼합주의”라고 비난했다.
동성애 문제는 WCC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다. 인정하는 교회와 반대하는 교회가 모두 WCC 안에 있기 때문이다. WCC는 회원 교회들의 입장을 존중해 동성애 문제를 공식 논의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총회 문화행사 공간인 ‘마당’ 한편에서 동성애자 크리스천 등을 위한 부스가 설치돼 논란을 초래했다.
다양한 형태의 십자가는 세계 각 곳의 신앙 문화가 반영된 작품으로 색동감리교회 송병구 목사의 수집품이다. 불교와 유교 등의 글귀는 해당 종교단체에서 전시용으로 보내준 것이나 논란이 되자 철거했다.
부산=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