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총회 주말프로그램] 제주서 도라산까지 아주 특별한 1박 2일
입력 2013-11-03 17:39 수정 2013-11-03 22:45
분단 현장 찾은 세계교회 “이 땅에 평화를”
2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전망대를 찾은 미국의 준 토튼(72·여) 목사는 한국군 병사의 안내에 따라 멀리 북녘 땅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떻게 같은 민족이 60년 동안이나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평화와 통일을 사모하는 한국 크리스천들의 마음이 그토록 간절했던 이유를 이곳에 와서 비로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WCC 부산총회 참가자들은 2일과 3일 이틀간 서울과 광주, 제주, 울산 등을 방문하며 특별한 1박2일을 보냈다. 이 중 해외에서 온 참가자 500여명은 북한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와 임진각 등을 방문,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생생한 현장을 지켜봤다.
도라산 방문객들은 각자 나눠 받은 형형색색의 리본에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현장에 남겼다. 세계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 내외도 망원경을 통해 북한 지역을 둘러보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저녁에는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문화예술 공연인 ‘한국 문화의 밤’을 관람한 뒤 한국교회가 준비한 만찬을 함께했다. 이어 일부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가정에서 하룻밤을 머무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잔 마카씨는 “한국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면서 “애정이 듬뿍 담긴 한국교회의 마음도 함께 읽을 수 있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울산 등 경남지역에서는 모두 14개의 프로그램이 해외참가자들의 주말을 풍요롭게 했다. 부산 민주공원과 근대역사박물관, 중부교회 등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사 순례에 참석한 30여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 현대사의 기념비적인 장소들을 돌아봤다.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대만 등지에서 온 이들은 자기 나라의 상황과 우리 역사를 비교하며 인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메모했다.
부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감천동 문화마을을 찾아간 30여명은 달동네가 예술마을로 탈바꿈한 공간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이들은 또 비석마을과 매축지마을, 문현동 안동네 등도 방문했다. 영국 웨일스 성공회 귄 귈림 신부는 “6·25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였고 피난민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다는 역사가 흥미롭다”며 “회의장인 해운대 센텀시티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인권과 해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40여명은 부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민족과 여성 전시관’과 부산 새터민지원센터 등을 방문했다. 이들은 새터민 여성들에게 탈북 이유와 국제사회가 지원한 물품의 전달 상황, 북한에서의 상황 등에 대해 물었다. 성매매여성지원센터를 방문, 성매매 여성의 실태와 사회복귀 방안, 인권 보호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핵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은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제주도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둘러보고 폭압에 맞선 저항운동의 현장을 방문했다. 광주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방문하고 대안공동체 등을 탐방했다.
파주=박재찬 기자, 부산=김지방 백상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