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 진혼제라고?… WCC총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3-11-03 17:37
‘[충격]WCC-십자가와 사당, 찬양 초혼제, 동성애로 범벅되다.’
이런 제목의 문자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내용은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의 지난달 30일 개회예배에서 신당·토템의식·초혼제와 같은 요소가 등장해 종교혼합주의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군소교단을 중심으로 결성된 ‘WCC반대기독교총연합’에서 2일 이메일로 이 글과 사진을 배포했다. 인터넷 카페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유포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인지, 반대측의 주장과 에큐메니컬측의 해명을 비교해본다.
①입례에 등장한 그림=반대측은 개회예배 시작 부분에 설교자·기도자와 함께 십자가·성경·성찬물과 예수를 그린 성화(이콘)가 단상에 올라온 것을 두고 “사당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등장해 제사상처럼 차려진 제단 위에 올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예배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용머리 모양으로 장식돼 있었다며 “기독교를 가장한 사탄의 모임이라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영남신학대 박성원 교수는 “고대 기독교회는 항상 예배를 시작할 때 십자가와 성경 등을 가지고 들어오는 순서를 가졌다”며 “WCC 회원 교회인 정교회는 지금도 예배 때마다 예수님이 그려진 성화(이콘)을 들고 입장하는데, 그와 같은 예배 형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과 장구, 거문고 등 다양한 국악기가 예배에 쓰인 것은 개최국인 한국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총회장인 벡스코 인근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수영로교회에서도 3일 주일 예배에 장구를 치며 국악찬양을 했다.
②왜 재를 뿌렸나=예배 중에는 세계 8개 지역의 젊은이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의 몸에 재를 뿌리는 장면이 있었다. 아시아·태평양·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스러운 사건과 인간의 죄악을 회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반대측은 “예배 중 한편에서 재를 뿌리는 무속적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오히려 이 장면이 가장 성경적이고 감동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WCC는 재를 뒤집어쓰는 것은 고통과 회개를 표현하는 것으로 성경의 여러 장면에 나온다고 설명했다(삼하 13:19, 단 9:13 등). 박 교수는 “재를 뿌리는 것은 무속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무속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반(反)무속”이라고 반박했다. 재 뿌리는 장면을 연기한 청년들은 퍼포먼스를 마친 뒤 함께 예배에 참여했다. 예배 중 계속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③초혼제 벌어졌나?=반대 측의 글에는 또 흰 한복을 입은 남녀가 춤을 추는 장면을 올려놓고 “억울한 영혼을 달래는 초혼제가 함께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개회예배 뒤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개막식 중 한국의 역사를 보여준 공연 모습이다. 한국준비위원회(KHC) 김종생 협동사무총장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표현한 부분이고 오히려 복음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내용인데 샤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일축했다.
④동성애·부적·타종교 장려 의혹=WCC총회 기간 중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장인 ‘마당’에는 동성애 옹호 단체와 타종교 대화를 추진하는 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또 전 세계의 다양한 십자가를 전시한 곳도 있다. 반대 측은 이런 단체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WCC가 동성애를 지지 한다” “부적을 장려 한다” “종교혼합주의”라고 비난했다.
동성애 부스가 설치된 것은 성경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 동성애는 WCC 내에서도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다.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지만, 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품어 안고 구원해야 한다는 교회와 아예 반대하는 교회가 모두 WCC 안에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옹호 단체들은 별도의 모임과 집회를 열기도 했다. WCC는 회원 교회들의 입장을 존중해 동성애 문제를 공식 논의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성경적으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십자가는 부적이 아니라 세계 각 곳의 신앙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색동감리교회 송병구 목사의 수집품이다. 불교와 유교 등의 글귀는 해당 종교단체에서 전시품으로 보내준 것이나 논란이 되자 철거했다.
WCC중앙위원을 역임한 박 교수는 “정당한 비판이면 얼마든지 환영하는데, 사실을 왜곡해 거짓증거를 하는 것은 십계명의 9번째 계명을 어기는 행위”라고 안타까워했다.
부산=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