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턱 깎다간… 안전 먼저 생각하세요

입력 2013-11-03 17:11


양악수술 후 부작용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양악수술 중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양악수술 후 한 달 동안 의식불명이던 30대 여성이 끝내 사망한데 이어 최근 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은 A씨도 회복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왜 이런 사고가 빈발하는 것일까.

한림의대 (평촌)성심병원 치과 양병은 교수는 3일, “성형에서도 예외는 아닌 한국인의 빨리빨리 병과 어떻게든 환자를 붙잡아 무조건 턱을 깎고 보자는 식의 의료상업주의, 인조미인이라도 좋다는 외모지상주의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진단했다.

턱뼈를 깎아 얼굴의 골격구조를 새로 짜는 양악수술은 세계적으로 ‘선(先) 교정, 후(後) 수술’이 원칙이다. 대개 1∼2년여 동안 턱 깎기 수술에 앞서 치아의 위치를 미리 바꿔주는 치아 교정 치료를 먼저 한 다음 필요한 만큼 턱뼈를 잘라내 윤곽을 성형해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는 선 수술, 후 교정 방식은 이와 달리 일단 턱부터 원하는 만큼 깎아놓고 나중에 아래·위턱과 교합(치아 맞물림)을 억지로 다시 짜 맞추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에서 이뤄지는 양악수술의 약 80%가 이 방식을 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수술 직후엔 보기 좋을지 몰라도 그 뒤 아래·위턱과 교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무리를 낳게 되고, 결국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커진다. 말하자면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골조를 세운 것과 같은 꼴이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 앵글치과 조헌제 원장은 “치(齒)의학 교과서에는 먼저 교정치료를 충분히 하고 수술을 하는 게 옳다고 돼 있다”며 “섣부른 양악수술로 인해 사망사고는 물론 안면비대칭, 부정교합, 턱관절기능장애 등 부작용 피해를 줄이려면 선 교정 후 수술 원칙부터 지키도록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양악수술이 유행하면서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의사들이 어설픈 수술을 남발해 이런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으면 시술하기 힘든 고난이도 수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고 섣불리 시술에 나서는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한편 양악수술 후 환자가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이유는 회복 과정에서 출혈이 생겨 기도가 막히면서 질식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은 복잡한 혈관과 신경이 지나갈 뿐 아니라 조그마한 상처에도 타 부위에 비해 출혈이 큰 것이 특징이다. 양악 수술은 마취와 함께 혈압을 떨어트린 상태에서 진행되는데,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혈압이 정상적으로 오르면서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또 수술 후 제대로 지혈 처치가 안 됐을 경우에도 회복 과정에서 대량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턱뼈를 깎는 양악수술은 인접한 코 점막이 심하게 붓고 수술 후 턱이 돌아갈 수 있어 아래·위턱을 고무줄 또는 철사로 꽁꽁 묶어 고정시켜 놓는다. 따라서 이 때 출혈이 생기면 환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가운데 그 피가 그대로 기도로 넘어가 숨길을 막게 된다. 의료진이 수술 후 적어도 하루 정도는 24시간 환자의 상태를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양악수술은 이 같은 사고 위험 말고도 수술 전후 교정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아래·위턱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음식물을 씹지 못하게 되는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이밖에 수술 중 안면신경 손상으로 얼굴 한쪽이 마비돼 비뚤어지는 문제도 적잖이 발생한다. 주걱턱 등으로 비뚠 얼굴을 바로잡으려고 양악수술을 선택했는데, 다른 방향으로 얼굴이 다시 틀어지는 셈이다.

조 원장은 “워낙 수술 난이도가 높아 10년 이상 시술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게 양악수술”이라며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시술 시 집도의나 환자 모두 각별한 주의가 요구 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10일 서울대 치과대학병원 8층 대회의실에서 ‘3D 양악수술’이란 제목으로 학술 세미나를 열고, 안전한 양악수술을 위해 필요한 점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