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흰색 반점… 외모 콤플렉스 유발
입력 2013-11-03 17:12
얼굴에 생긴 백반증으로 10년째 고통 받던 30대 남성 김모 씨가 지난달 29일 신병을 비관해 자살했다. 취업과 대인관계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백반증이 도대체 무슨 병인데,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 것일까.
속칭 ‘백납’으로 불리는 백반증은 한마디로 멜라닌세포 결핍으로 피부에 흰색 반점이 생기는 탈(脫)색소질환이다. 멜라닌세포는 검은색을 나타내는 색소세포다. 발생빈도는 인구 100명당 1∼2명꼴이다. 주로 10∼30세 사이에 시작되고 온몸 피부 어디든지 나타날 수 있다.
백반증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현재 면역체계 이상으로 멜라닌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자외선에 의한 일광화상, 임신과 출산,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발병 및 증상 악화에 영향을 주는 고(高)위험인자로 지적된다.
백반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발병 초기 6개월 내에 병의 뿌리를 뽑지 못하면 치료가 어렵고 계속 악화되기 일쑤라 문제가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과 같이 유색인종은 백반증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를 유발, 환자들이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원인이 된다.
발병 부위에 따라 신체 일부에만 나타나는 국소형, 신경 줄기를 따라 생기는 분절형, 주로 손발이나 귀 끝에 나타나는 사지말단형, 몸 전체로 퍼지는 전신형 등이 있다. 따라서 평소 피부와 자신의 몸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는 습관을 지녀야 조기에 발견하기 쉽다. 물론 백반증이 의심될 때는 즉시 가까운 피부과를 방문, 정확한 진단과 동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흥미로운 것은 백반증을 악화시키는 위험인자 중 하나인 자외선이 역설적으로 백반증 치료에 꼭 필요한 무기(광선요법)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광선요법이란 자외선 중 독이 되는 파장을 제거하고 약이 되는 파장만 골라 환부에 쪼이는 것을 말한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피부 속 깊숙이 숨은 색소세포를 적절히 자극, 활성화시켜주기 위해 약이되는 광선만 잘 받아들이는 특수 약물을 먹거나 바른 뒤 광선을 쪼이기도 한다”면서 “백반증이 난치병이긴 하지만 발병 6개월 안에 조기 치료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