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수익성 금융위기 때보다 추락… 20대 그룹, 자산 팔아 현금확보 총력
입력 2013-11-03 17:01
지난해 국내 주요 재벌 그룹의 수익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빴다. 20대 재벌그룹 가운데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익성이 추락했다.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 대기업들은 자산 매각 등 실탄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한국거래소와 재벌닷컴은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20대 재벌그룹 계열사(금융사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이 총 1076조원, 영업이익은 모두 61조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6%에 그쳤다고 3일 밝혔다. 1000원어치를 팔아 56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2008년 영업이익률 6.3%와 비교하면 1%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각 그룹별로 보면 2008년과 비교해 수익성이 좋아진 곳은 삼성·현대차·롯데·부영그룹 4곳뿐이었다. 삼성그룹은 2008년 영업이익률 6.2%에서 지난해 10.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6.3%에서 7.7%로, 롯데그룹은 5.1%에서 5.7%로 올랐다. 부영그룹은 18.0%에서 25.5%로 수직상승했다.
나머지 16개 그룹은 모두 수익성이 하락했다. OCI그룹은 15.5%에서 1.4%로, 두산그룹은 7.7%에서 2.6%로, 현대중공업은 11.2%에서 3.4%로 급락했다.
올 들어서도 대부분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기업에 고강도 자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업종 대기업에 대해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많이 비축하는 데 집중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불황이 길어지고, 금융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어 미리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라는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각 기업은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은 한진해운은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를 매각한 뒤 임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제철은 2015년까지 유상증자와 지분매각, 공장부지매각 등으로 1조5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당진제철소 부두 지분 매각으로 3000억원, 내년 상반기 유상증자 700억원, 동부증권·동부생명·동부캐피탈 주식 매각으로 500억원, 인천공장을 담보로 후순위 담보부사채를 발행해 1000억원을 각각 조달할 예정이다.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오피스 빌딩 지분을 매각해 3000억원을 회수하고,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700억원가량을 파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최근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회사채 2800억원을 차환 발행했다. 21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도하고, 현대부산신항만도 매각할 계획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