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되는 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언급
입력 2013-11-03 18:29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프랑스 르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회담을 위한 회담, 또는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에 화해와 공생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들이 있다. 박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당장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한 것과 비교할 때도 상당히 진전된 표현이다. 아울러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한 점도 새삼 주목된다. 박 대통령과 류 장관의 잇단 발언을 놓고 대북정책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도 미묘하다. 우여곡절 끝에 개성공단이 정상을 되찾은 직후부터 박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면서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대결 책동을 일삼고 있다고 악담을 퍼붓던 북한이 최근 들어 대남비방을 자제하고 있다. 남측 국회의원들의 개성공단 방문도 허용했다. 아직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은 성사되지 않고 있지만 북측의 변화는 예의주시할 만한 대목이다.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것은 일관된 원칙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재가동도 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남북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얻어낸 게 없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추도 제대로 꿰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원칙은 지켜나가되, 북한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입안에 참여했던 여권 관계자들조차 성과물이 없다는 면에서 이명박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상회담도 가능해질 것이다.
북측은 박 대통령 언급에 화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남비방을 줄이는 등의 유화 제스처만으로는 부족하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국제사회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 남북 간에 신뢰가 구축되도록 일조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국제화 작업과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는 것이 그 출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