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令 안 서는 군에 국가안보 맡길 수 있나

입력 2013-11-03 18:30

인사·기무사 월권 논란 진상 밝히고 개혁 서두르라

전격적인 국군기무사령관 경질을 둘러싸고 군 내부가 뒤숭숭하다. 군 파워게임의 결과라느니, 괘씸죄에 걸렸다느니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국방부는 자질 및 능력 부족을 기무사령관 교체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취임 6개월 만에 전역 조치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난 잘못한 게 없다”며 공개적으로 김관진 국방장관을 비판했다. 상명하복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군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번 갈등은 김 장관의 인사와 기무사가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군 일각에서 김 장관 인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고 기무사가 이 같은 군 동향을 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보한 게 기무사령관을 교체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기무사의 청와대 직보가 사실이라면 이는 월권으로 사령관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김 장관은 기무사가 음성적으로 윗선에 해왔던 군내 동향보고를 없애라고 장 전 사령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기무사령관은 국방장관의 지휘권을 보장하는데 충실해야 하고, 기무사는 장관의 지휘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주지시켰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 전 사령관은 장관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는 대통령 직할부대가 아니라 국방장관 직속부대이다. 군의 지휘계통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장관에게 보고하기 껄끄러운 장관 개인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안일지라도 정당한 지휘계통을 밟으라는 게 보안사를 기무사로 개편한 본래 취지이다. 청와대와 별도 채널을 구축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군사정권 시절의 보안사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아울러 군내 갈등의 한 원인이 된 김 장관의 인사 내용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 장관이 지난 4월 인사에서 각 군 총장의 인사추천권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군 내부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자신처럼 육사 생도 시절 독일에 유학했던 인물들이나,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측근들을 챙기기 위해 진급 적기인 3차 심사를 넘어 4∼8차 심사까지 간 부하들을 무리하게 승진시켰다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군 내부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니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다른 정부기관도 그렇지만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에서 능력보다 연줄이 진급의 우선순위가 된다면 그런 군대에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는가.

검찰에 이어 군까지 이 지경이니 국민들 걱정이 태산이다. 기무사령관 교체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부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기무사령관을 교체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군 인사엔 문제가 없었는지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안보가 위태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