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관 목사 특별기고] ‘4/14 윈도우 글로벌 써밋’을 통해 바라본 21세기 세계선교
입력 2013-11-03 16:50
어린이와 청소년을 선교의 동역자로
“크리스천의 약 80%가 18세 이전에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카톨릭에서는 일평생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앙관을 심어주기 위해 만 6세 미만의 유아 교육에 열과 성을 쏟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4세에서 14세까지의 유, 청소년 세대들이야말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무한한 능력과 잠재력을 지닌 미래 변혁의 주체들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5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 특히 이슬람, 힌두, 불교권 등 비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청소년들에 대한 선교적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선교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4/14 Global Summit 2013" 선교대회가 지난달 방콕에서 열렸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참가한 약 9백여 명의 교육 전문가들과 선교 전략가들의 진지하고 열띤 토론과 기도는 상하의 나라 태국의 날씨를 압도하는 뜨거운 열기로 충만했다.
‘4/14 윈도우(창)’이라는 용어는 세계적인 선교 전략가 루이스 부시(Luis Bush) 목사(트랜스폼 월드 국제대표)가 주창한 새로운 선교운동이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10/40 윈도우(창)’이라는 용어를 제창하여 미전도종족(Unreached People)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바 있다. 그가 이번에는 4~14세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 세상을 변혁하고 주님의 지상명령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을 외치고 있다.
종래 지리적 개념인 ‘10/40창’이 북위 10~40도 지역의 미전도종족 선교의 중요성을 알렸다고 하면, ‘4/14창’은 세대적 개념으로 이 연령대에 속한 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알게 하고 나아가 선교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서 ‘선교의 대상자’인 그들을 ‘선교의 동역자로 삼자!’는 주창이다. 사실 15세 미만의 연령층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도 많아 사람과 배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복음에 대한 수용성도 크다. 현재 전 세계 12억의 인구가 이 연령대에 속해 있고 그 중 67%인 8억의 인구가 ‘10/40창’ 지역에 살고 있다. 이는 ‘10/40창’ 선교운동의 성공 여부가 ‘4/14창’ 선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트랜스폼 월드(세계변혁) 선교운동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부시 목사와 뉴욕 프로미스교회 김남수 목사, 컴패션 국제부총재를 역임하고 현재 4/14 글로벌운영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인도네시아 밤방 부디얀또 박사가 2009년 미국의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함께 만나, 유 청소년 세대에 대한 선교 비전을 나눈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4/14 운동’은 불과 4년여의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남미, 동 서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 지역 등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그 열매 또한 다양하고 풍성하다. 필자는 2004년도 태국에서 열린 ‘로잔 파타야포럼’에서 루이스 부시를 처음 만난 후 그가 주도하는 트랜스폼월드(TW)운동 동참하였고, 2006년 자카르타의 메르데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제 1회 TW 세계대회를 통해 아시아 최대의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 기독교 역사상 길이 남을 성공적인 대회를 치른 바 있다.
필자는 이번 “4/14 글로벌 써밋”을 통해, 21세기 세계선교의 전략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별성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선교 대상을 특정 연령대로 삼은 점이다.
종래의 불신자 또는 미전도 종족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고착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15세 미만의 유 청소년들을 선교의 주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확대 재생산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동일하고 변함이 없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있듯이 신실한 크리스천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전도보다 강하고 주효한 방법은 없다. 실제로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의 기도와 전도로 열매를 맺은 전(全) 가족 복음화와 놀라운 신(新) 사도행전적인 역사를 담은 동영상물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뜨겁게 달구었다. “하나님의 대위임령(Great Commission)이 우리들의 큰 태만과 소홀(Great Omission)로 말미암아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루이스 부시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둘째, 선교의 연합(협력) 전선을 펼치는 점이다.
서구 교회와 동양 교회, 로칼 처치(지역 교회)와 패라 처치(선교 단체), 이민(디아스포라) 교회와 토착(현지인) 교회, 백인 사역자와 유색 사역자 등 나라와 민족,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여 그 나라와 의를 위해, 십자가와 복음 안에서 서로 하나가 되어 주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를 고백하며 이 땅에서 하늘나라를 맛볼 수 있는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남미 출신의 선교 전략가 루이스 부시, 한국 출신의 이민(뉴욕 프로미스교회) 목회자 김남수 목사, 인도네시아 출신의 선교단체(컴패션) 지도자 밤방 부디얀또 박사, 출신 배경과 직분이 다른 이 세 사람이 만나 마음과 뜻을 모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셋째, 선교환경에 부합하는 선교 전략과 전술이라는 점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아날로그 방식의 선교를 고수하는 것은 창조명령에 위배되는 일이다. 하나님이 주신 문화명령은 시대와 환경에 맞는 선교명령으로 수행되어져야 한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 그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미디어(방송 및 영상매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소프트웨어와 다양한 툴(도구)을 연구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성경을 만화(슈퍼 북, 스토리 오브 지저스)나 입체(3D) 영상물로 제작하여 보여주고 들려주고, 지역 교회의 어린이 교육훈련 프로그램(파워 하우스 키즈)을 보다 알차게 운영하여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전도하는, ‘어린이를 선교의 동역자로 삼는’ 역발상의 선교 전략이 필요하다.
루이스 부시 목사에 의하면, ‘4/14 운동’은 2009년 이후 금년 현재까지 백 번 이상의 작고 큰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내년 9월에는 뉴욕 프로미스교회에서 지금까지의 실적을 돌아보며 ‘선택과 집중’의 사역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트랜스폼 월드(TW)는 2020년까지의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내년 6월 제네바에서 전 세계 주요 리더십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회합을 가질 예정이다.
필자는 이번 방콕대회 기간 중, 남다른 감격과 은혜를 체험할 수 있었다. 바로 이십 수년 전, 당시 필자가 포스코(POSCO) 방콕사무소에서 일하는 동안 뿌린 자비량 선교의 열매를 직접 목도하고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4/14창 운동”의 실제적인 결실이며, 이 운동에 대한 나의 확신을 더욱 강하게 해주는 산 증거로 다가왔다. 아내와 함께 YCG(Young Christian Generation)를 만들고 우리 집을 오픈하여, 방콕한인연합교회(김용식 목사)의 중고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었던 제자훈련과 선교훈련의 작은 씨가 어느덧 큰 나무가 되어 그 무성한 가지와 열매를 맺게 될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번 대회 기간을 전후하여 30여 명에 달하는 YCG 학생들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공항 영접에서부터 등록, 안내, 방송, 통역, 행정 등 다양한 형태의 ‘선교의 동역자’로서 섬기는 모습과 ‘협력 파트너십’의 현장을 보면서, 유 청소년 세대에 대한 선교야말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귀한 사역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마 19:14)고 말씀하신 주님의 마음을 좀 더 깊이 헤아리는 은혜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유승관 목사(선교학 박사, SIM International Consultant, 국제로잔 전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