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막힘’ 알레르기성 비염부터 잡아라
입력 2013-11-03 17:11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서 시작된 코막힘 증상을 이듬해 따스한 봄바람이 불 때까지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라도 걸리면 대부분은 코가 더욱 답답해져 하루 종일 입으로 숨쉬느라 입과 목이 마르고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프다고 호소하기 일쑤이다. 병원을 찾아 ‘이 답답한 코, 수술로 뻥 뚫을 수는 없나요?’ 하고 하소연도 해본다. 하지만 코막힘이 심하다고 다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코막힘이라는 증상은 하나지만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더욱 세지는 늦가을, 환절기에 더욱 심해지는 코막힘 퇴치법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가 우선=코가 막히면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세균과 같은 외부 침입자의 공격에도 쉽게 무너진다. 체내 온도와 습도 조절은 물론 냄새를 맡지 못하고 소리를 내는데도 문제가 생긴다.
남들은 감기에 걸려도 가볍게 앓다 지나가는 게 보통인데, 감기만 걸렸다 하면 코가 막혀 진땀을 빼는 건 이미 코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원인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은 평소에는 콧물이나 재채기가 나오는 정도에 그치다가도 감기만 걸렸다 하면 코막힘까지 더해져 고생하게 된다. 보통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스테로이드제나 혈관수축제 중 하나를 사용하면 좋아진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등 알레르기 항원과 접촉하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이들 항원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면역요법과 약물 치료 외에도 생활환경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이 경우 수술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1년 내내 코가 막히고 잠자는 동안에도 코가 막혀 숙면을 취하기 힘들 때 고려된다.
수술은 아르곤 플라즈마 가스나 레이저, 또는 ‘코블레이터’란 기구를 이용해 가벼운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콧속 점막을 지져서 민감도를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막힘과 동시에 나타나는 재채기와 맑은 콧물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급성 축농증 90%는 약물로 회복=축농증이 있을 때도 코막힘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이때는 누런 콧물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감기를 제때 치료하지 않았을 때 2차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축농증은 콧속에 물혹 등의 다른 합병증이 없을 경우엔 3∼4주에 걸쳐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집중 투약, 세균을 완전 퇴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약물들은 콧속 부비동 내 점막의 염증을 줄이고 붓기를 빼주며 점액을 효과적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때 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하면 점막이 깨끗해지고 혈액순환도 촉진된다. 급성 축농증의 90% 이상은 이런 약물 치료만으로도 깨끗이 사라진다.
축농증이 만성화된 경우에도 어린이 환자는 콧속 구조물 형성이 끝나는 만 15세 이전까지는 가급적 수술을 하지 말고 약물로만 다스리는 게 좋다. 성장하면서 점차 좋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약을 써도 코막힘 증상이 누그러지지 않거나 콧속 점막에 물혹이나 종양이 있는 경우, 곰팡이균 감염으로 축농증이 생긴 경우에는 어린이라도 코 내시경을 이용한 부비동(콧속 동굴) 수술이 필요하다.
이 수술은 콧속을 국소마취한 후 내시경을 집어넣어 콧속 동굴을 살펴보면서 고름으로 막힌 부위를 넓혀주고 염증도 걷어내는 치료법이다. 보통 30∼40분 정도 걸린다.
◇코 구조 이상은 수술로 교정해야=감기에 걸리면 어김없이 코가 심하게 막히는 사람들을 보면 콧속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다. 바로 비중격(鼻中膈)만곡증과 하비갑개(下鼻甲介)비후증이다.
비중격만곡증은 콧구멍을 좌우로 가르는 물렁뼈(비중격)가 휘어 겉보기에도 코가 비뚤어진 듯이 보이는 병, 하비갑개비후증은 콧속 양쪽 내벽에 있는 조개 모양의 뼈(하비갑개)가 부어올라 콧구멍을 막는 병이다.
비중격만곡증 환자들은 비중격의 일부를 잘라내는 비중격성형술, 하비갑개비후증 환자들은 부어올라 늘어진 하비갑개의 일부를 잘라내는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로 치료해야 더 이상 코막힘 증상을 겪지 않게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