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스노든 뭐할까?… “죄와 벌 읽었어요”

입력 2013-11-01 18:47

미국의 광범위한 도청 의혹을 폭로해 전 세계를 뒤흔든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스노든을 둘러싼 정황과 여러 증언을 모아 베일에 가려졌던 그의 생활을 보도했다.

스노든은 현재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러시아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직원인 영국인 사라 해리슨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해리슨은 스노든의 법률자문 격으로 그가 홍콩을 떠난 지난 6월부터 쭉 동행해 왔다.

신문은 스노든 지인들의 말을 인용해 그의 삶이 비교적 자유로워 보인다고 했다. 언어 공부와 독서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최근엔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다. 스노든이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서 생활할 때 현지 자문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가 건네준 것이다. 쿠체레나는 당시 “그가 겪고 있는 내면의 갈등이 책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한 방송에서는 이날 스노든이 크렘린 궁 인근 모스크바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흰색 베레모를 쓴 스노든이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체레나는 “스노든이 11월 1일부터 출근할 것”이라며 “웹사이트 개발 및 지원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스노든을 만난 부친 론 스노든도 아들이 안정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은 책을 쓰는 것에 관심이 없다”며 “폭로로 돈을 버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의혹에 대한 독일 당국의 조사에 협조할 의사를 표명했다. 독일 녹색당 한스 크리스티안 스트뢰벨레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모스크바에서 스노든을 만났다”며 “만약 NSA가 독일 검찰의 도청수사를 막을 경우 스노든이 독일로 건너와 직접 증인으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