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들 “美 산업스파이국” 의심

입력 2013-11-01 18:46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청과 해킹 사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독일 기업들이 미국을 산업스파이 국가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지난 9월 “미국 기업을 위해 다른 나라의 기업 비밀을 훔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도청되는 마당에 이 말을 믿는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EY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산업스파이 측면에서 이미 미국을 중국 못지않은 위험 국가로 여기고 있다. 독일 중소IT기업협회 올리버 그륀 회장은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대로 미 정보기관과 기업들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독일 기업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도 행동하기 시작했다.

FT는 클라우드보안협회(CSA) 조사를 인용, 스노든 폭로 이후 미국 이외의 기업 가운데 10%가량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버 이용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의회와 행정부는 쏟아지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대규모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반인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유엔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한 도청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