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 출신 105명이 한솥밥… 한국어 교가·태권무 시범 코리안드림 키운다

입력 2013-11-01 18:22 수정 2013-11-01 10:51


“오늘 어디 해?” “어…, 인도국기 해.”

1일 오후 인천 논현동 한누리학교. 강당에서 만난 A양(13·여)은 친구의 물음에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답했다. 태국 전통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A양은 개교식 때 어느 나라 국기를 들게 되는지 주변 또래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베트남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B양(14·여)도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며 조만간 있을 행사에 들떠 있었다.

한누리학교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다문화학생을 위한 초·중·고 통합 기숙형 대안학교로 문을 열었지만 이날 정식 개교식을 가졌다. 다문화학생이 공교육에 잘 적응하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15개 국가의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105명의 학생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다.

A양은 지난 5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태국인 엄마가 한국인 아빠와 재혼하면서 한국으로 왔고, 엄마의 권유로 이 학교로 오게 됐다. A양은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또래 친구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는 A양의 표정에는 웃음이 넘쳤다.

이 학교에는 A양처럼 재혼 가정에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B양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필리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필리핀인 새엄마와 살고 있다. 열 살 때 아버지가 새엄마와 재혼했고 경기도 안산의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 이곳으로 오게 됐다. B양도 언어·문화 등의 차이로 일반 초등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재혼하는 충격을 겪은 데다 느닷없이 낯선 언어·문화를 마주하면 정서불안에 시달리게 된다고 이곳 교사들은 설명했다. 지난 4월 실시한 자존감·우울증·학교생활 적응 검사에서 일반 학생에 비해 위험한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9월에 다시 실시한 검사에서는 이 수치가 모두 개선됐다고 한다. 강희정 부장교사는 “인성 교육과 다문화 교육,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도 놀라보게 신장됐다. 한누리학교는 2개 예비학급을 운영해 한국어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A양도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

박형식 교장은 “한국어 교육과 진로교육을 통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소통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인천 지역 교육계 인사들이 자리해 개교를 축하했다. 학생들도 그동안 익힌 태권무를 선보이고 한국어로 교가를 부르며 자축했다. 서 장관은 “한누리학교에 모인 학생들이 다름을 연결하는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의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문화학생은 현재 5만5780명으로 2009년(2만6015명)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인천=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