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털고 있어요, 열매를…” 시민들 황당한 112 신고

입력 2013-11-01 18:14

“지하철 옆 좌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방귀를 뀌었는데 냄새가 너무 나니 처벌해주세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시켰는데 케첩이 하나밖에 안 나왔어요.”

한 해 경찰에 접수되는 112신고가 1000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경찰관을 당혹하게 하는 ‘황당 신고’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112범죄신고의 날(2일)’을 앞두고 서울·경북지방경찰청이 꼽은 황당 신고 사례를 1일 공개했다.

서울경찰청은 “수도요금 좀 은행 가서 대신 내주세요” “집에 전기가 끊겼으니 출동해 주세요” “텔레비전이 갑자기 안 나와요” 등 경찰 업무와 상관없는 민원부터 “바퀴벌레가 있는데 무서워서 못 잡겠어요” “잠실야구장이 너무 시끄러우니 야구장을 옮겨주세요” 같은 장난성 신고 등을 ‘황당 신고’로 꼽았다. “은행을 털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긴급 출동해 보니 실은 “아주머니들이 은행나무 열매를 너무 많이 털고 있다”는 내용인 적도 있었다.

경북경찰청에서는 “밤 근무를 마치고 잠을 자야 되는데 닭이 계속 울어 잠을 잘 수가 없다”는 신고에 경찰이 창문을 닫으라고 하자 “이제 괜찮다”며 전화를 끊은 사례가 대표적 황당 신고로 꼽혔다.

한편 지난 한 해 접수된 112신고는 1177만건으로 1990년(52만건) 대비 22배 늘어났다. 경찰은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올 상반기 112신고 899만건 가운데 휴대전화를 통해 접수된 신고는 67.1%(603만건)에 달했다.

허위 신고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월별 허위신고는 적게는 276건(9월)에서 많게는 1592건(1월)에 달했다. 허위신고로 처벌 받은 건수도 매월 10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12는 긴급전화임에도 범죄와 관련 없는 단순 불편을 해결해 달라는 신고가 전체의 51.9%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