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발목잡힌 국민은행·미래를 얘기하는 삼성전자
입력 2013-11-01 18:01
우리나라 제조업과 금융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KB국민은행의 창립기념식이 1일 동시에 열렸다. 하지만 상반된 실적만큼이나 두 회사 대표이사의 기념식 메시지는 엇갈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고객이 보다 편리하고 스마트한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실적 10조원을 돌파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2020년 목표인 매출 4000억 달러, 전자업계 압도적 1위, 글로벌 톱 10 기업 달성을 위해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고객이 ‘열망하는 브랜드(Aspi-rational Brand)’로 도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창립 12주년 기념식에서 은행 내 고질적인 파벌문화를 두고 ‘퇴행적 행동’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 행장은 “아직도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비판을 위한 비판’ 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낡은 채널의식 속에서 개인의 이기심만 추구하는 이런 퇴행적 행동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이 지적한 ‘채널의식’이란 통합 전 옛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 등으로 편을 갈라 파벌을 조장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은행에 구태의연한 자세를 가진 임직원이 적지 않다고 판단, 이들을 솎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또 “고객중심적 성과관리체계를 확고하게 실행하겠다”며 성과관리지표(KPI)의 대대적인 개편도 예고했다. 국민은행은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6828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