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24조치’ 해제 카드 만지작 왜?… 남북경협 청사진 가시권 진입 판단

입력 2013-11-01 18:00

정부가 ‘5·24조치’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무엇보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 청사진들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스탠스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지난 3월 청와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 이전 정부처럼 ‘무조건 안 한다’는 입장을 취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비정치적·인도적 교류를 통한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정치적·군사적 사안에 대한 해결 방식을 찾아가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밑그림 상 남북 간 전면 경제교류 중단을 내세우는 5·24조치는 새 정부 임기 내 언젠가는 반드시 해소해야 할 현안이라는 의미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내 자본의 개성공단 추가 투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조치 해제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지난 20년 동안 남북 간에 이뤄진 협력사업 가운데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의 추가 투자가 절실한데 현재로선 이 조치 때문에 모든 게 막혀 있다는 것이다.

점점 구체화되는 남북·러 철도 및 가스관 연결 사업의 운명도 5·24조치에 달렸다. 이 사업은 박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가속도가 붙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12일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해 박 대통령을 만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사업이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정부의 움직임에 찬성표만 던지지는 않고 있다. 일부 강경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전혀 사과하지 않는데 ‘퍼주기식’ 대북 교류를 재개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여론의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보여줬던 것처럼 남북 교류엔 적극적이되 북한의 도발에는 철저하게 대처하는 ‘원칙 있는 대북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보수 여론 진정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부는 ‘적절한 시점에 대북봉쇄 조치를 풀겠다’는 대북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 정부에서 5·24조치 해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서 “다만 해제 폭과 시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