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라지만… 국민들은 “뭐? 저물가라고”

입력 2013-11-01 17:55 수정 2013-11-01 23:36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고정지출 격인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과 집세는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저물가를 틈탄 제과업체 등의 기습인상 시도도 엿보인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인하 폭이 컸다. 특히 기상호조 여파로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6%나 떨어졌다. 석유류 가격 역시 5.1%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태풍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 9~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이 올해 9~10월 물가가 0%대를 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0%대라는 설명이다.

실제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은 오히려 상승했다. 전세(3.1%), 월세(1.6%) 가격도 1년 전보다 올라 집세 상승세(2.6%)를 이어갔다. 가공식품류(3.2%)와 전기·수도·가스요금(3.4%)도 상승했다. 택시요금은 무려 15.3% 올랐고, 도시가스(5.2%), 지역난방비(5.0%)도 상승 폭이 컸다.

부채에 시달리고, 소득이 정체된 우리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만한 물가 수준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에서 가계의 과도한 부채(debt overhang)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서민물가 안정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가 종료되는 다음 달에는 1%대를 회복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기보다 서민물가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물가 착시 현상을 틈탄 가격 인상 러시도 우려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9월 물가가 0%대에 진입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고 난 직후인 지난달 4일 9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9.2% 순차적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제과·제빵 업체들도 가격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 시절 강력한 물가 억제책과 달리 이번 정부는 사전이든 사후든 업체들의 가격 통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악용한 업체들의 기습 인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