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친해지기] 혹시… 그림 좀 보십니까?
입력 2013-11-02 05:58
혹시 그림 볼 줄 아십니까? 왼쪽 그림부터 한번 볼까요? 그 유명한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도대체 이 그림은 왜 이렇게 유명할까요? 모나리자의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보니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두 번째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입니다. 일본식 다리가 그려진 풍경화입니다. 이런 그림들 앞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얼마나 대단해서 그렇게 유명한 작품인지 몰라 주눅이 드셨나요? 저 그림들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까요?
바야흐로 한국에서도 자유롭게 미술을 감상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면서 꼭 비행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서도 그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나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소장품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작품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각종 시각예술 관련 전시회는 1만3721건에 달했답니다. 개인전이 6404건, 단체전이 6103건이었고 외국 작가의 국내전도 1214건이나 됐습니다. 횟수로만 놓고 보면 결코 적지 않죠.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미술 감상은 어렵습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 앞에 서긴 했는데 내 마음속에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을 때면 누가 볼까 두려워 서둘러 발길을 돌리게 됩니다. 혹시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에 갔다가 사실주의니, 낭만주의니 하는 미술 사조에 대한 정보를 몰라 무안해하신 적은 없으셨나요.
근데 어찌 보면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미술 감상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잖아요. 어느 나라보다 전문가들이 가르쳐주고 일러주는 대로 보는 ‘주입식 감상’에 익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감상법을 터득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이렇듯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미술 감상에 대한 불만을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공개적으로 터뜨렸습니다. 그는 신간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을 통해 기존의 미술관들의 전시 방식, 예술가들의 작품 생산 방식 등에 반기를 듭니다. ‘예술은 개인의 심리 치유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술 작품을 자기 이해를 돕고, 경험을 확장하며 감각을 깨우는 도구로 보고 마음껏 누리라는 것입니다. 그는 세 번째 그림인 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가 피터르 더 호흐의 ‘델프트에 있는 어느 집의 안뜰’을 예로 들더군요. 물질적으로 궁핍하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을 보면서 지쳐 있던 자신의 삶에 위안을 얻었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의 말은 아주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국내 많은 미술평론가들도 그림에 대한 정보나 지식에 얽매이지 말고 내 눈으로 보고 느끼라고 말하고 있지요. 서울미술관장을 지낸 이주헌 평론가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예술 감상이 중요한 이유는 나를 주체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의식하며 내 삶의 주인이 뒤바뀐 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예술은 억눌린 주체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자기 감성을 회복하는 경험을 통해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로 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말, 나만의 그림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런던=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