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24 對北제재’ 해제 고심

입력 2013-11-01 17:50 수정 2013-11-01 23:27

박근혜정부가 MB(이명박)정부에 의해 마련됐던 ‘5·24조치’ 해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이 조치가 다양한 대북 교류에 걸림돌이라고 보고 해제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정권 기반인 보수 세력의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도 이 조치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어 “개성공단 국제화가 진전되려면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제재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며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는 5·24조치와 충돌하지 않지만 국내 기업의 신규 투자는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류 장관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장 5·24조치 해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당장)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선뜻 5·24조치 해제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만행을 저지른 북한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데 대북 교류를 재개하는 것은 또 다른 ‘퍼주기’”라는 반대여론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9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후 야기된 남북 당국 간 긴장상태도 큰 부담이다.

이를 반영하듯 류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갈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하여튼 저희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5·24조치 완화에 대한 여론 떠보기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과의 비정치적·인도적 교류를 통해 정치적·군사적 화해로 나아간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위해서라도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지만 국내 보수 세력이 과연 찬성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5·24조치는 2010년 3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킨 직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남북 간 교역 및 신규 투자 중단, 민간인 방북 불허 등을 골자로 발표한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