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오펠리아 오르테가 WCC의장 “예수님이 서로 사랑하라 했잖아요… 갈등은 대화로”

입력 2013-11-01 18:16

女 목회자·신학자 3인 인터뷰

쿠바 최초 여성 목사 오펠리아 오르테가 WCC의장


자주빛 스카프를 두른 오펠리아 오르테가(77) WCC의장은 개막식 진행자로 무대에 섰다. 다수 남성들 사이에 은빛 머리칼의 오르테가 의장은 단연 눈에 띄었다. 30일 개막식 직후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멋지다’를 연발하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WCC 의장, 쿠바 마탄사스 신학교 교수, 국회의원으로 1인 3역을 해내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파워 ‘그랜드 마마’다.





“공산주의와 종교다원주의를 옹호하는 WCC에 반대한다”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시위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 한국어를 못해서 말을 못 붙였는데 저는 반대 시위하는 분들에게 항상 먼저 말을 걸었어요. 지금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뭐라고 할지 물었다. 그는 옆 사람의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당신을 사랑해요(I Love You)”라고 했다.

오르테가 의장은 전세계적으로 에큐메니컬 운동의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동의했다. “우리가 이웃보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란 말을 좋아해요. 당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는 마음을 담고 상대에게 친절을 베푸는 태도에요. 갈수록 우리가 개인적 부와 안락을 추구하면서 예수님이 말한 이웃 사랑(마 22:39)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뭇 단호했다. 그는 WCC에서나 국내 정계에서 갈등에 휘말리지 않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간단해요. 저는 적을 만들지 않아요. 예수님이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잖아요. 늘 대화로 갈등을 해결해요.”

그는 쿠바 최초의 여성 목사다. 쿠바에서는 신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문맹퇴치 운동과 보건환경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쿠바 교계 개혁 분위기 속에 여성에 처음 안수를 줬던 때가 1967년이에요. 그런데 신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저뿐이었어요. 그래서 최초로 안수 받았어요. 기독교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무료로 공부했어요. 부모님이 가난해서 저는 학교에 갈 형편이 아니었어요.”

쿠바의 기독교 상황에 대해 물었다. “흔히 1959년 공산주의 혁명 후 쿠바 정부는 교회의 도움을 받아 사회 복지 체제 등을 유지해왔어요. 공식적으로 가톨릭은 25%, 개신교는 6%이지만 실제 크리스천은 70% 이상일 거예요. 가정교회도 3000곳이 넘고요. 하나님이 역사하고 계세요.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도 쿠바를 와보면 하나님이 없다는 말을 못할 거예요(웃음).”

한국 교회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2007년 서울 경동교회가 쿠바 주민들을 위해 유기농업센터를 건립해줬습니다. 100가정이 농사를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요. 성경 공부를 하면서 선교 센터로 활용하고 있어요. 저희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한국인 목사님도 있어요. 한국 교회에 참 감사해요.” 오르테가 의장은 80세까지 자서전을 쓸 계획이다.

유쾌한 그의 모습에 나이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열정의 원천은 무엇일까.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미소). 13세 때 하나님을 영접 한 뒤 하나님은 늘 제게 힘을 주셨어요. 3년 뒤면 80세가 되요. 자서전을 쓸 예정이에요. 멋진 생일 파티를 위해서죠.” 오르테가 의장은 다음 회의 시간에 쫓기면서도 삶과 신앙을 이야기하는 데 유머를 잃지 않았다.

부산=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