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아프리카 여성신학 리더’ 머시 오두요예 “가부장제 타파, 교회가 나설 때”

입력 2013-11-01 18:17 수정 2013-11-01 23:29


女 목회자·신학자 3인 인터뷰

“여성의 삶을 망가뜨리고 남성들조차 불행하게 만드는 전 세계의 가부장제를 비판합니다.”

아프리카 여성신학의 리더 머시 오두요예(80) ‘종교와 문화속의 여성 연구소(Women in Religion and Culture Institute)’ 대표의 말이다. 가부장제 아래 남성은 무조건 강해야 하고, 여성은 남성의 뜻에 순종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서로를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가부장제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특히 아프리카에서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여든의 나이에도 정정한 그를 수많은 인파 속에서 사진 한 장 보고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1968년 스웨덴 웁살라 총회부터 7회 연속 참가한 그는 WCC 총회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는 지금도 적지 않은 아프리카 여성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만 교회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오두요예 대표는 “남성이 잘못한 일에도 교회는 성경을 인용해 ‘여자는 잠잠하라’고만 한다”며 “문제는 이런 교회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잘못됐다 말하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카 여성이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오두요예 대표는 “한 교회에서 남성 성도가 유방암에 걸려 치료비를 모금하는 걸 봤다. 하지만 여러 명의 여성 성도가 같은 병에 걸렸을 땐 그러지 않았다”며 “교회는 남성과 여성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해결책을 더 많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여권 신장과 교회일치운동을 펼쳐온 오두요예 대표는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경 전 이화여대 교수에게 이를 전해 들었다는 그는 “역사에 잊혀지지 않기 위해 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시 오두요예는 가나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성평등 신학과 제3세계 여성의 관점이 투영된 신학을 심도 있게 연구한 공로로 2008년 미 예일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87년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WCC 부총무로 활동했다. 부산=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