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깡통전세 피해 더 커지기 전에 대책 마련해야
입력 2013-11-01 18:37
은행대출 받아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고도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있는 깡통전세 가구 수가 늘어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6월말 현재 60조원을 돌파해 3년 전인 2009년 말 33조5000억원의 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런데 집주인 4명 중 1명은 세입자가 올려준 보증금으로 자신의 담보대출금을 갚는다고 한다. 이는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을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심각한 것은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들이 보증금마저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이자를 물어가며 보증금을 올려준 세입자들이 나중에 보증금조차 떼이는 희한한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집을 팔아도 매매가격이 ‘대출금+보증금’에 못 미치는 깡통전세는 전국적으로 36만 가구에 달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왜곡되는 부동산시장이 초래한 부작용의 결과다. 어떤 면에선 집주인이 대출원리금과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를 일시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우스푸어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서민 가계부채는 그대로이면서 채무자의 교체를 의미할 뿐이다. 결국에는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왜곡된 시장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은커녕 미봉에만 매달리고 있다. 새정부 출범 후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겉돌고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나 ‘지분매각 전세제도’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외면 속에 대표적인 탁상정책이란 비난만 사고 있다. 무능한 정부 정책이 결국 서민 고통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단추 한번 잘못 꿰면 그 결과는 뻔하다. 늦기 전에 거래가 끊긴 부동산시장이 더 왜곡되지 않도록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취득세 인하는 물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상한 등 논의됐던 모든 대책을 검토하고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