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사랑의 기도

입력 2013-11-01 17:35


김재진(1955∼ )

영하의 대지를 견디고 있는

나목처럼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제 생애 바친

깜깜한 땅속의 말없는 뿌리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누리지 못해도

온몸으로 한사람을

껴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

잔잔하고 따뜻하며 비어있는 그 마음이

앉거나 걷거나 서 있을 때도

피처럼 온몸에 퍼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