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방위산업의 미래] 글로벌호크·헤론… 군인 없이도 전쟁한다
입력 2013-11-02 05:59
지난 29일 시작돼 3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는 세계 최첨단 항공무기들의 경연장이다. 올해로 9회가 되는 이번 ADEX 참가 국가는 총 31개국으로 국내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0개의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191개가 참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의식한 듯 날아오는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아시아의 군사대국 인도는 아카시 미사일 실물을 공수해 왔다. 차기전투기(F-X)사업의 후보 기종으로 이름을 올렸던 3개 전투기도 실물 모형을 선보이는 등 최종 승자 자리를 놓고 다시 격돌했다.
◇2017년 도입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눈길=전시회에서는 미래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무인무기 체계들이 대거 선보였다. 특히 우리 군이 2017년에 도입하기로 사실상 확정한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의 모형은 야외전시장 초입에 자리 잡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이 제작한 글로벌호크는 6만 피트(20㎞) 이상의 고고도에서 첨단레이더인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장거리 전자광학 적외선 탐지장비를 장착해 30㎝ 정도 크기의 물체까지 파악이 가능한 정찰기다. 체공시간은 최대 28시간이다. 하루에 1대가 10만㎢를 정찰할 수 있어 하루면 북한 전역에 대한 정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감에서 “글로벌호크는 내년에 계약해 2017년에 (4대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도입 비용은 9000억원을 조금 넘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블록30형)는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감시·정찰 자산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글로벌호크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올해 안에 미국이 구매수락서(LOA)를 다시 보내면 내년 초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도입 안건을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비행 중 사람이나 물체와 충돌해도 피해가 적고 벽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무인 구형비행체와 뒤집힌 상태에서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한 무인헬기 사이클로콥터도 선보였다. 특히 연구원은 소형무인기 ‘벌새’ 9대가 동시에 움직이면서도 충돌하지 않는 군무(群舞)를 펼치고 소형무인기를 실어 나르는 무인 운반기 등 무인기를 자유롭게 운용하는 제어기술을 선보였다. 인도 방산 관계자는 “다양한 무인기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방어용 미사일과 공격용 미사일=미국 록히드마틴사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파괴하는 요격미사일의 대명사 ‘패트리엇 미사일(PAC-3)’과 최근 개량을 마친 신형 PAC-3 MSE, 우리 군이 도입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중·고(高)고도 미사일방어(THAAD) 체계에 사용되는 THAAD 미사일의 실물 크기 모형을 전시했다. 이 회사 미사일 부문의 다니엘 가르시아 해외영업 선임매니저는 “PAC-3 MSE는 기존 PAC-3보다 사거리가 늘었고 높은 고도에서 적 미사일 타격이 가능하며 정밀도도 30% 정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도입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는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됐다. 타우러스는 사거리 500㎞ 이상으로 대전 등 중부 지역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또 2중 탄두를 사용해 북한의 단단한 지하벙커나 주요 전략시설들을 공격할 수 있고 오차범위가 1m 이내로 정확도도 뛰어나다.
◇F-X사업 후보기종의 장외경쟁=록히드마틴사는 F-X사업이 재검토됨에 따라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F-35 전투기의 실물 모형을 야외전시장에 선보였고 실내 전시장에는 조종석 시현기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F-35를 조종하는 체험을 하도록 했다. F-35는 스텔스 성능을 보유한 미래전의 주역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콧 F-35 국제사업개발 이사는 “지난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을 때 미국이 한반도에 급파한 전투기들은 모두 스텔스기였다”며 “스텔스 전투기의 전략적인 가치를 반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15SE가 F-X사업 단독 후보로 방위사업추진위에 상정됐다가 부결되는 고배를 마신 미 보잉사는 발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탈락한 F-15SE 대신 ‘진화된 F-15(Advanced F-15)’를 내놓았다. 이 전투기는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F-15 전투기 가운데 가장 좋은 성능을 지닌 기종에 미 공군이 사용하는 첨단 레이더를 장착한 것으로 탐지능력과 타격력이 현재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15K보다 크게 향상됐다. F-X 사업예산이 제한돼 2개 기종을 혼합해 구매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배리 영업담당 부사장은 “‘진화된 F-15’는 성능과 비용, 인도 시기 등에서 한국의 요구사항을 가장 잘 충족하고 있다”며 “한국 공군의 전력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도 유러파이터의 실물 모형을 전시할 정도로 이번 전시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ADEX에서 유러파이터 모형이 전시된 것은 처음이다. 크리스티앙 세레스 해외사업본부장은 “유러파이터는 한국형전투기(KFX)사업에 꼭 필요한 기술 이전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며 “미국 전투기와 유럽 전투기를 혼합 구매해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글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사진 강희청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