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부녀’ 한솥밥 먹는다

입력 2013-10-31 19:34


“엄마랑 있다가 아빠랑 같이 있게 되는 셈이죠. 별로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 간판 성지현(22·세계랭킹 4위)이 아버지 성한국(50) 감독이 이끄는 MG새마을금고에 입단했다. 이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셔틀콕 부녀’로 잘 알려진 두 사람은 성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던 2010∼2012년에 이어 또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31일 새마을금고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식에서 만난 성지현은 “아빠는 저를 딸이기에 앞서 선수로 보시고 많이 가르쳐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한국체대를 졸업하는 성지현은 학교에선 과거 한국 여자단식 간판이었던 엄마 김연자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옆에서 딸을 지켜보던 성 감독은 “아내는 가끔 딸에 대한 감정이 앞설 때가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성 감독은 런던 올림픽 당시 ‘고의패배’ 파문으로 국가대표 감독에서 물러난 뒤 올해 3월 창단한 새마을금고 총감독과 남자팀 감독을 맡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7월 열린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식에서 에이스 이현일이 우승한 것은 물론 단체전에서 실업 최강인 삼성전기를 제압하고 3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성 감독은 “올해 남자팀이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해 줬다”면서 “내년에는 남녀 단식에서 이현일과 성지현이 모두 우승하고 단체전에서 3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지현은 올해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와 유니버시아드 우승 및 덴마크 오픈 준우승 등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 성 감독에겐 아직 딸의 활약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성 감독은 “지현이는 어릴 때부터 죽기살기로 운동하기보다 즐기면서 하다 보니 체력훈련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현이도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절실히 깨닫고 최근 나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