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시작된 WCC 부산총회 주제회의는 세계교회가 일치와 연합을 이루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 자리였다.
패널로 나선 미셀 시디베 유엔에이즈계획 전무이사는 에이즈 보균자인 아프리카 학생의 이야기로 에이즈 문제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한 여학생이 에이즈 때문에 부모를 모두 잃었는데 호주학교에서 장학금 약속을 받고도 입국을 거부당했다”면서 “가족 중 에이즈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평등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가가 41개국이나 되는데, 이는 에이즈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시디베 전무이사의 강연에 공감한 총대들은 강연 중간 7차례 박수를 치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웨다스 압바스 타우픽(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콥트 정교회) 박사도 이집트와 북아프리카에서 무슬림에 의해 자행되는 기독교인에 대한 테러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타우픽 박사는 불탄 교회 앞에서 망연자실한 이집트 성도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슬림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교회는 정의와 평화라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교회는 평화라는 자기 역할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더라도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흰색 사제 복장을 하고 등단한 듈립 카밀 데 치케라(스리랑카 성공회) 주교도 “교회가 가난과 폭력 등으로 소외된 여성과 어린이들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예수님처럼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게 바로 평화를 위한 희생신학”이라고 말했다.
강의 후 독일의 멜리산데 쉬프터 박사가 발제자 3명과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장내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쉬프터 박사는 자신을 “독일과 태국 혈통을 지닌 젊은 여성 신학자”라고 소개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젊은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뭐냐”며 발제자들에게 거침없는 질문을 던졌다.
주제회의를 참관한 이홍정 예장 통합 사무총장은 “토크쇼가 젊은 세대도 자신의 자리에서 주체적으로 신학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세대간 장벽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WCC의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교회는 예수의 복음을 통해 치유와 화해, 생명을 위해 부름 받은 공동체인데 그걸 너무 개인적으로, 교회적으로 생각하다보니 교회 울타리조차 넘지 못하고 게토(ghetto)화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계기로 하나님의 복음사역이 전 우주적이라는 사실을 폭넓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회 대의원들은 오전 8시30분부터 아침 기도회와 성경공부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30일 개막예배처럼 전통예전에 따른 경건예배를 드리고 자국의 언어로 주기도문을 고백한 뒤 예배를 마쳤다. 국가별로 모인 성경공부에선 창세기 2장 4∼17절을 본문으로 창조세계 보존과 생명보호의 중요성을 살펴봤다.
부산=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