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구글·야후 데이터센터 침투

입력 2013-10-31 18:35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인 구글과 야후의 데이터센터에도 침입해 1억건이 넘는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등이 NSA에 제공한 정보와는 별개라서 구글 등도 분노를 나타냈다.

NSA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 정상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한국과 협의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교황을 도청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31일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9일 작성된 문건에서 NSA는 구글과 야후의 내부망에 침투해 이들이 지역별로 구축해 놓은 서버에서 대량의 정보를 빼냈다.

한 달간 빼낸 정보만도 1억8128만466건으로 이 가운데 누가 이메일을 보내고 받았는지 정도만 알려주는 ‘메타데이터’는 물론 글이나 영상, 음성 등의 세부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NSA 외에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도 동참했으며 ‘머스큘러(MUSCULAR)’라는 작전명이 붙었다.

신문은 앞서 폭로된 ‘프리즘’이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허가를 거쳐 인터넷 업체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이었다면 머스큘러는 기업의 서버에서 데이터 흐름을 통째로 복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머스큘러가 미국 영토 밖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국민 정보수집을 금지한 미국 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법무담당 책임자는 “정부가 회사 네트워크까지 들어와 정보를 가로챘다는 데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NSA가 외국 정상은 물론 교황까지 도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NSA는 적극 부인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배니 바인스 NSA 대변인은 “NSA가 바티칸을 도청했다는 이탈리아 주간지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주간지 파노라마는 NSA가 교황 프란체스코가 즉위하기 전에 그를 포함해 바티칸을 오가는 전화통화를 엿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최소한 90여개의 미국 기업이 독일에서 도청된 통신내용을 분석하거나 분류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의 스파이 행위를 도왔다고 독일 주간지 슈테른이 보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NSA의 외국 정상 도·감청 의혹과 관련, 한국 정부와의 협의에 응해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