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vs경쟁… KS지휘 류중일-김진욱 감독 상반된 리더십 눈길

입력 2013-10-31 18:35

믿음의 야구냐, 무한경쟁의 야구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 류중일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의 상반된 리더십이 주목을 끌고 있다. 류 감독이 한번 믿는 선수에겐 주전 자리를 보장하며 무한 신뢰를 주는 반면 김 감독은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 선수에게 주전을 내주는 방법으로 경기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양팀의 주포중의 한명인 이승엽과 김동주를 두고 양 감독의 리더십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류 감독은 시즌 막판 허리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이승엽을 한국시리즈에서 중용해왔다. 4차전까지 타점 한개 없이 1할대에 머물러도 5차전에 이어 6차전에도 클린업트리오인 5번타자로 기용했다. 한국시리즈 전날 미디어데이에서도 류 감독은 이승엽을 6번타자로 중용하겠다며 ‘폭탄타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류 감독의 이승엽에 대한 무한신뢰는 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꼭 필요할 때 한방씩 쳐 줬던 기억 때문이다. 류 감독은 “팀내 존재감이 가장 큰 그를 믿지 않고 누굴 믿겠느냐”는 말로 신뢰감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류 감독은 1번 타자인 배영섭이 극도의 부진(16타수 1안타)을 보이자 5차전에서 뺐다가 6차전에선 다시 선발로 기용했다.

반면 두산의 김 감독은 팀을 대표하는 중심타선인 김동주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자 가차없이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빼버렸다.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후 주전을 고정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당일 주전으로 기용하는 용병술을 썼다. 이 같은 리더십은 일부 선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국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부터 연전을 거듭함에도 큰 체력 부담없이 견뎌내고 있는 이유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주전 포수 양의지 대신 신예 최재훈을 주전 포수로 기용하는 모험수를 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용병술로 평가를 받고 있다. 최재훈이 피로해하자 한국시리즈 4, 5차전에는 양의지에게 포수 마스크를 쓰게 했다. 심지어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타선의 핵심인 김현수가 가벼운 대퇴부 타박상을 입자 곧바로 정수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항상 “야구는 팀 경기이기 때문에 선수 전원의 능력치를 동원해야 이길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두산 선수들은 내부 경쟁력이 극에 달한 가운데 항상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뛸 기회만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의 머리속에는 선수의 명성에 의지해 치른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아픈 기억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구=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