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날 길러준 곳은 스페인” 코스타의 용기있는 국적선택

입력 2013-11-01 04:45

브라질 태생의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5·AT 마드리드)가 ‘제2의 조국’인 스페인 유니폼을 입겠다고 하자 브라질축구협회가 코스타의 브라질 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브라질축구협회 법무담당자는 31일(한국시간) 브라질 일간지 ‘오 글로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협회장이 외교부에 코스타의 브라질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코스타는 지난 7월 스페인 국적을 취득해 브라질-스페인 이중 국적자가 됐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10경기에서 11골을 터트려 득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코스타는 AT 마드리드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준 스페인 대표팀에서 뛰는 게 옳은 결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스타 국적 논란’으로 최근 K리그를 떠난 에닝요(브라질)가 떠오른다. 지난해 초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온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국내선수 보호, 국민 정서 등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에닝요는 전북 현대와의 계약만료를 6개월 앞둔 지난 7월 중국 슈퍼리그의 장춘 야타이로 떠났다. 그는 귀화 실패 후 “사람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내 모습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잘못이었다. 한국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축구 외에 귀화선수의 대표팀 합류는 서서히 물꼬가 트이고 있다.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의 외국인 공격수 브록 라던스키(캐나다)는 지난 3월 특별귀화로 국내 최초 ‘파란 눈’의 국가대표가 됐다. 탁구에서도 당예서(중국) 등 귀화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중이다. 그러나 축구에선 신의손, 이성남, 이싸빅 등 귀화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발탁된 적은 없다.

유럽은 순수 혈통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 귀화선수를 축구 대표팀에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다. 그러나 한국 축구에선 귀화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