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칸 IMF 前 총재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환율전쟁 부를 수도”

입력 2013-10-31 18:29 수정 2013-10-31 22:34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환율 전쟁을 부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2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은 환율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많은 자본이 미국시장으로 (다시)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그간 미국의 자금유입이 있었던 신흥국으로서는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올라가게 된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신흥국들이) 실질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몇 년 전 (금융위기 당시) 세계가 겪었던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 이후에도 단기적으로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달러화의 역할은 지금처럼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경제가 장밋빛에 가까운 ‘시즌1’을 지나 좀 더 비관적인 ‘시즌2’에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말하는 시즌1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문제 해결, 양적완화 축소 지연과 함께 유럽 경제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시장 회복이 더디고 정부부채 상한선 문제가 남는 점, 중국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점,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점차 떨어지는 점 등을 들어 “조금 더 어두운 시즌2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으로 지도력과 협력의 부재를 꼽았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지금 세계경제에는 아주 강력한 경제적 리더가 없다”며 “국내문제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모두 리더가 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의 경우 자국 경제를 살리는 데 여념이 없고 유로존의 경우 자신들의 문제가 너무 커 그것을 해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유로존에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의 재정위기를 짊어지고 가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 저성장이 계속되면 사회적 소요와 민주주의의 와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IMF를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실행조직으로 삼는 개혁 등 국제간 협력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