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미묘한 변화… “돈풀기 빨리 끝날 수도” 시장 출렁

입력 2013-10-31 18:29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간) 현재의 경기 부양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표문의 행간을 보면 미국 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 여파에 따라 내년 3월 이후로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연기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동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예상보다 빠른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시사?=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부양책을 거둬들이지 않을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채권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도 유지됐고 기준금리를 0∼0.25%로 이어가겠다는 기조도 이전 입장과 같다.

하지만 FOMC 회의 발표문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묘한 부분의 변화가 감지됐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미 정치권의 재정 문제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최근의 미 경기 관련 지표도 양적완화 축소 연기설을 뒷받침했다. 9월 실업률도 연준 목표치보다 높았고 새 일자리도 3분기에 전분기 대비 급감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내년 1∼2월 재정위기 재연 가능성 등으로 차기 의장으로 내정된 재닛 옐런 부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3월 FOMC 회의나 그 이후에야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성명서는 우선 미국 경기에 대해 9월과 마찬가지로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악재를 반영해 경기 평가를 ‘보통의 속도(modest pace)로 확장’ 등으로 문구수준을 하향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다 연준은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언급하지도 않았고 “더 엄격한 금융조치는 경제성장을 늦출 수 있다”는 문구까지 삭제했다. 예상보다 미국 경제를 낙관한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이번 성명서는 (예상과 달리) 올 12월이나 내년 1월 양적완화 축소 및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이 여전히 가능함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김중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현실”=국내에서도 미 연준 발표에 대해 시장의 반응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미 연준의 FOMC 회의가 열린 이후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31일 한은 본관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모임을 갖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유지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며 “이는 전날까지는 (양적완화 유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이 됐지만, 이제는 시장이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설립 20주년 콘퍼런스에서도 “선진국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글로벌 차원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