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사실무근”-文 “명백한 사실… 외면 안돼”… 비망록 공개 감정 싸움 비화
입력 2013-10-31 18:18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저서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 패배의 진실’에서 밝힌 후보 단일화 비화(국민일보 10월 31일자 1·5면 참조)를 둘러싸고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친노(親盧·친노무현)계는 안 의원이 후보직 사퇴 후 문 의원 지원 조건으로 ‘공동 신당창당 추진 및 전권 위임’, ‘미래 대통령 안철수’ 등을 요구한 일을 ‘명백한 사실’로 보고 있다. 또 단일화 전후 안 의원의 소극적 태도가 대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런 소모적 논쟁 탓에 국민이 민주당, 특히 친노에 실망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安 “남 탓”, 文 “외면 마라”=안 의원 공보담당을 맡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는 31일 트위터에서 친노를 겨냥해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번도 없구나. 이제 좀 지겹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아예 출마를 포기하고 양보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원망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덧붙였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도 YTN에 출연해 “(지원 조건을 담은) 문건 자체를 주고받은 적 없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내용”이라며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등과 관련해 야권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 시기인데 여당에만 유리한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도 비망록 내용을 전해들은 뒤 “사실무근이다. 제가 당권을 달라고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더 이상 친노가 주도하는 단일화 공방에 말려들지 않으리란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핵심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역사의 뒷얘기를 끄집어내 뭘 얻으려는 건지 불순한 의도”라면서 “‘안철수 신당’을 견제하려는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핵심 참모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책”이라며 ‘사실’임을 강조했다. 한 인사는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 문건으로 남겨진 정확한 사실”이라며 “지난 대선 때 친노는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혔지만 안 의원도 책임질 일은 져야 한다. 외면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 지도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민주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놓고 안 의원과 연대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친노가 나서서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 진영과의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한 단일화 추진 여부를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터진 일이라 더욱 불편한 기색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책을 통해 대선 패배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었겠지만 친노 때문에 당은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현 정국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친노계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고 한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