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늬만 선택진료제 대수술 추진… 의료 질 반영한 ‘병원 가산제’ 검토
입력 2013-10-31 18:07 수정 2013-10-31 22:30
정부가 ‘의사 선택 진료제’(특진제)를 폐지하고 ‘병원 선택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의사 선택 진료제는 말로만 ‘선택 진료’일 뿐 실제로는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환자 부담률 100%로 의료비를 가중시킨다는 원성이 높았다. 이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어서 환자들은 환영하지만 수입 감소에 따른 병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31일 서울 당산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선택진료제도 개선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모순이 많은 선택진료제를 아예 없애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기관의 손실은 의료 품질 평가 가산(인센티브)과 수술·처치 등 일부 의료수가 조정 등을 통해 건강보험에서 보상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현행 의사별 선택진료제 골격은 유지하되, 선택진료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안이다. 선택의사 지정 비율을 현재 ‘병원별 최대 80%’에서 ‘진료과목별 50% 이내’로 축소하고 선택진료비가 부과되는 8개 항목 중 환자의 의사 선택이 어려운 검사·마취·영상진단에는 부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획단은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고 의료의 질을 반영한 병원 선택 가산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환자들이 병원을 보고 선택하는 현실과 의사 개인이 아닌 협업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현대의학의 경향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9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도 감안했다.
복지부 비급여개선팀 권병기 과장은 “다만 의료 질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려 기술적으론 2016년 이후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선택진료비를 건강보험 영역으로 편입하기 위한 재원 조달과 의료 질 평가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지리란 우려도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이런 선택진료제 개선 방안에 병원들은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병원협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현행 선택진료제는 유지돼야 한다”면서 “병원의 예상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이 사전에 명확히 제시되고 이에 대한 병원업계와 합의가 이뤄진 후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는 “선택진료제는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며 환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위원은 “다만, 병원별 질 평가에 대한 구체적 보상 방식이 제시되지 않아 현재 시행 중인 ‘의료기관 종별 가산제’(상급종합병원 30%, 종합병원 25%, 병원 20%, 의원급 15% 수가 가산 제도)와 ‘중복 보상’ ‘중복 부담’의 우려가 있다”며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선택진료를 실시한 병원은 370곳이며 선택진료비 총 규모는 1조3170억원에 달한다. 복지부는 각계 의견을 종합해 연말까지 선택진료제를 포함한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제도의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