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원 前 원장 최측근 파면… 원세훈 그림자 지우기 신호탄?

입력 2013-10-31 18:05

국가정보원이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최측근 인사를 파면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국정원이 내부 인적 쇄신을 통해 원 전 원장 인사를 척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남재준 국정원장 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원 전 원장 재임 시절 인사를 담당했던 3급 직원 이모씨를 ‘직원들로부터 각종 인사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명목으로 파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자체 감찰 결과 이씨는 원 전 원장의 묵인 하에 청탁을 한 직원들과 원 전 원장 동향 인사를 요직에 배치하고, 원 전 원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들의 경우 재교육 명분으로 지방이나 한직으로 발령 냈다. 이씨는 2009년 2월 원 전 원장이 취임할 당시 5급이었으나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에는 3급으로 진급해 ‘원세훈 사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씨는 남 원장이 취임한 이후인 올해 3월 대기발령을 받았다.

국정원은 또 이씨에게 인사청탁을 했거나 이씨를 도운 직원 5∼6명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남 원장은 취임 직후 장호중 감찰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6개월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끝에 이씨를 비롯한 원 전 원장 라인의 ‘인사 전횡’ 비리를 상당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이 과거 인사 비리 등 잘못된 악습을 없애려는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낸 조치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남 원장이 무리하게 ‘원세훈 라인’을 제거하다 강력한 내부 반발로 인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