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과거엔 “국민연금 탈퇴 우려 시기상조” 주장
입력 2013-10-31 18:04 수정 2013-10-31 22:14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연계하는 방침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음이 드러남에 따라 기초연금 논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주목할 부분은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한 복지부 일각의 반대논리와 문 후보자의 시기상조 논리가 유사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지난 8월 30일 1차로 두 가지 기초연금안을 보고하면서 국민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연계하는 1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된 복지부의 청와대 보고 문건을 보면 “(1안이) 재정이 많이 소요되고,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인을 높이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재정 부담과 함께 가입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급액이 줄어드는 불평등이 국민연금 탈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당시 복지부는 기초연금액을 소득수준과 연계하는 2안을 최종안으로 지지했다.
문 후보자가 공동연구책임자로 집필한 2011년 정부 용역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연계를 핵심으로 하는 최저연금보장제도에 대해 ‘비용’과 ‘국민연금 탈퇴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의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 현실에 지나치게 과분한 제도”(178쪽)라고 지적한 대목도 있다.
문 후보자 역시 현 정부안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소극적인 반대 입장이었을 가능성이 커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에 대해 ‘왜 태도를 바꿨나’, ‘기초연금에 대한 학자적 소신은 무엇인가’ 등의 의문점을 중심으로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용익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소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입장을 바꾼 사실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문 후보자가 장관에 지목된 이유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의 지시를 잘 따라줄 후보를 골랐다”는 시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부안의 국회 처리 과정을 책임질 ‘연금 전문가’라서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복지위 소속 민현주 의원은 “평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학자적 소신이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도 맞는다”고 지적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강한 재정균형론자’인 문 후보자의 일관된 소신을 놓고 우려도 나온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에 반대해 공무원연금까지 기초연금에 통합하는 정책을 펴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연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와중에 “불 끄러 온 사람이 되레 불을 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지적에 대해 문 후보자는 “공무원연금 통합은 정부 전체 의견을 듣고 조율할 부분이라서 현 단계에서 추진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 민간연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복지부 수장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대체’ 주장이 아니라 민간연금을 통한 ‘보완’이 소신”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