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환율 갈등] 美 “원화 저평가… 면밀히 주시”-韓 “경제충격 직시 우리 갈길 갈 것”

입력 2013-10-31 17:56 수정 2013-10-31 22:21

미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가 저평가됐다며 양국의 환율정책을 더 면밀히 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위안화가 여전히 ‘크게 저평가’된 상태지만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법적 요구조건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며 이번에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지난 4월 발간된 같은 보고서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환율 정책을 더 ‘유심히’ 평가했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 원화가 경제 기초여건보다 2∼8% 저평가됐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326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무질서한 시장 환경과 같은 예외적인 조건에서만 이뤄지도록 장려할 것이라면서 “주요 20개국(G20) 수준에 맞춰 외환시장에 개입한 후 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환율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 재무부의 환율정책 보고서는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내부 보고서일 뿐 공식적으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자료가 아니다”며 “우리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환율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쏠림 현상이 있으면 경제 충격이 크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올해 일본 중앙은행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했지만 엔화 약세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미국과의 무역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위안화가 절상됐지만 아직 원하는 수준과 속도는 아니어서 절상 속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정책 변화를 위한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중국은 G20의 수준에 맞춰 통화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환율시장 개입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세종=백상진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