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종 교과서 필진, 역사관 수정은 거부
입력 2013-10-31 17:50 수정 2013-10-31 22:31
교학사를 제외한 7개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이 교육부가 내놓은 수정·보완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31일 자체 수정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집필진이 수정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수정명령권’을 발동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금성·두산동아·리베르스쿨·미래엔·비상교육·지학사·천재교육 등 7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협의회(한필협)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는 도저히 검정을 통과할 수 없는 하나의 ‘불량’ 교과서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내용상 단순 오류뿐 아니라 서술상 관점까지 수정하라는 교육부 권고안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집필진이 수정키로 한 대목은 금성출판사 62곳, 두산동아 83곳, 리베르스쿨 152곳, 미래엔 65곳, 비상교육 97곳, 지학사 61곳, 천재교육 103곳 등 총 623곳이다. 교육부가 공통 수정·보완 사항으로 지적한 ‘일본군 위안부’ 동원 시기 서술의 문제점은 모든 출판사가 수정했고, 북한 주체사상을 여과 없이 전달하거나 남북 분단의 책임이 남한정부에 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도 상당 부분 수정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 해석과 편향성 논란이 된 곳에 대해서는 “수정 시 오해의 소지가 더 커진다”거나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며 수정하지 않았다. ‘김일성은 1946년 3월 무상 몰수, 무상 분배 방식으로 토지 개혁을 시행하였다’고 서술한 금성·리베르·비상교육 등에 대해 교육부는 “북한의 토지 개혁은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토지를 지급한 것이 아닌 경작권만 지급한 것이므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리베르 집필진은 “북조선 인민위원회의 무상 분배 방식은 ‘농민의 근로를 전제로 한 근로 농민적 토지 소유권’으로 설명하는 견해도 있고, ‘형식적 토지 소유권이 부여되고 실제로는 경작권이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양립돼 있다. 이에 보조단에서 두 견해를 반영해 설명했다”며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필협은 정부의 권고안을 거부한 항목들과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한, 급조된 기구가 아니라 역사학회·한국사연구회·한국역사연구회 등 학계 대표 단체들이 학문적 검토를 통해 수정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확인 국감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7종 교과서 집필진이 1일까지 자체 수정안 결과를 보고토록 돼 있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에 의해 수정명령권을 발동하겠다”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 장관의 수정명령권이 발동되면 수개월에 걸쳐 검정심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12월까지 완료하려던 학교 현장의 교과서 채택·주문 작업은 차질을 빚게 된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