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국립특수교육원장 “고흐·베토벤 소질 닮은 학생, 사회가 방치한 건 아닐까”
입력 2013-10-31 17:50 수정 2013-10-31 22:30
“빈센트 반 고흐, 루트비히 판 베토벤, 스티븐 스필버그… 우리 교육이 이런 분들과 비슷한 소질을 지닌 장애학생들을 방치해온 것은 아닐까요?”
김은주(51·사진) 국립특수교육원장은 30일 “장애학생 교육의 열쇠는 문화·예술에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신장애를 앓았던 고흐, 청각장애인이었던 베토벤, 난독증으로 학업부진아였던 스필버그를 예로 들며 “기본적인 생존 기술과 일자리 위주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현 특수교육 시스템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애학생 문화예술교육 동향 및 전망 국제세미나’를 주최한 김 원장을 충남 아산시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만났다.
-문화·예술 교육이 왜 장애학생에게 중요한가.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장애학생 중 특정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각장애는 청각·미각이 일반인보다 뛰어날 수 있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소개되는 ‘서번트증후군’(자폐증 등 뇌기능 장애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비장애인과 다른 천재성을 갖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꼭 비범한 재능은 아니더라도 보편적인 인권 차원이다.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마찬가지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있는데 그동안 소외돼 왔다.”
-이동권은 물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또래들에게 괴롭힘도 당하고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일자리·직업 등 자립을 위한 기초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적인 것을 위해서도 문화·예술 교육이 꼭 필요하다. 장애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접목한 교육을 하면 문제행동이나 돌발행동이 줄어든다. 어떤 애들은 다른 분야에선 전혀 집중하지 못하다가도 미술을 할 때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면에 뭐가 있는지 끌어내는 가장 적절한 도구가 문화·예술이다. 예를 들어 자폐아 그림을 디자인화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이 기업의 디자인은 아주 독특하다. 이런 것이 상품화되고 활성화되면 디자이너로 자립도 가능해진다.”
-교육 과정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유니버설(보편적) 디자인 개념이 지금 건축에서는 활성화되고 있다. 장애인, 비장애인 가리지 않고 모두 편리해지는 디자인을 말한다. 학교 엘리베이터는 장애학생을 위해 설치되고 있지만 비장애학생도 편리하게 이용한다. 꼭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의 경우 비장애학생을 위한 교과서가 만들어질 때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도 동시에 이뤄지거나 점자로도 함께 개발하는 식이다. 그런데 비장애학생 먼저 하고 1년 뒤쯤 장애학생이 따라가도록 한다. 수능에 필수적인 EBS 교재도 비슷하다. 비장애학생이 먼저 새로운 내용을 배우면 점자, 녹음 등을 거쳐 장애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가슴 아픈 일이다.”
아산=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