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탈북자들 어떡하나…” 탈북자 쉼터 운영 김명숙 전도사 공간 확장 하려다 사기 당해

입력 2013-10-31 17:34


탈북자를 위한 쉼터를 운영하는 김명숙(43·사진) 전도사는 지난봄, 임대인 A씨에게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식당 자리인데 장사가 잘되던 곳이야. 보증금만 받을게.” 마침 탈북자 사역 확장을 위해 공간이 필요했던 참이었다. 김 전도사는 없는 살림에 3500만원을 대출받아 보증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4개월 후 갑자기 경매통지서가 날아왔다. 계약한 상가 공간이 경매물로 나왔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A씨는 김 전도사를 속이고 경매를 추진하고 있었다. 탈북자로서 국내 사정에 익숙지 않던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김 전도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쉼터가 있던 서울 B동엔 탈북자 수백명이 살고 있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떠날 수 없었다. 김 전도사는 회원들과 십시일반으로 경매 비용을 모았고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낙관도 잠시, 지난 8월 6일 열린 법원 경매는 다른 단체가 제시한 가격에 최종 낙찰되면서 쉼터 사역은 벼랑 끝에 놓이게 됐다.

김 전도사는 31일 “이번 주까지 모두 비워주고 떠나게 됐다”며 “생사를 걸고 북한을 탈출한 형제자매들이 온갖 범죄의 피해자가 되면서 낙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해 2006년 국내 입국한 김 전도사는 8년간의 중국생활에서 예수를 영접하고 북한 선교 비전을 키워왔다. 현재 총신대 휴학 중이며 남편은 장신대에 재학하고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